매일신문

[더불어 사는 세상] 우방살리기시민운동본부-목우회

▲ 2001년 6월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우방 살리기 시민운동본부가 100만인 서명운동 목표 달성식을 갖고 있다.
▲ 2001년 6월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우방 살리기 시민운동본부가 100만인 서명운동 목표 달성식을 갖고 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지만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역사도 있다. 10년 만에 다시 닥쳐온 경제위기도 그 가운데 하나다. 외환위기 이후 대구경북의 굵직한 기업들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쓰러지는 비운을 맞았다. 그런 와중에서도 대구의 대표적 향토기업인 (주)우방은 꿋꿋하게 '살아남았다'. 부도 이후 우방이 회생할 수 있었던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큰 견인차는 그 당시 대구경북 사람들의 우방을 살려야 한다는 뜨거운 열기였다. 그 열기를 하나로 결집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던 단체가 바로 '우방 살리기 시민운동본부'였다.

외환위기의 파고를 이기지 못하고 우방이 부도를 낸 것은 2000년 8월. 청구, 보성과 함께 대구를 대표하며 서울에까지 명성을 떨치던 우방이 부도를 내자 대구경북은 큰 충격에 빠졌다. 부도 이후 우방은 곧바로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지역의 뜻있는 인사들이 한데 모여 2000년 12월 '우방 살리기 시민운동본부'를 만들었다. 지역의 학계 종교계 언론계 문화예술계 사회복지계 법조계 경제계 등의 대표적 원로 30여명이 본부장 등 임원으로 참여한 것. 본부가 출범한 목적은 2001년 6월 우방 살리기 시도민 서명 100만명 돌파 선포식 성명문에 잘 나와 있다. "산업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주택건설 분야를 되살리지 않고서는 대구경북의 경제를 되살릴 수 없으며, 결국 우방이라는 기업을 살리는 것만이 지역경제를 되살리는 구체적이고 실천적 대안이다."

본부는 발족 후 시도민들을 상대로 우방 살리기 서명 운동에 나섰다. 운동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서명을 한 사람이 100만명을 돌파하는 결실을 거뒀다. 기업을 살리기 위한 서명인 수가 100만명을 돌파하기는 국내에서는 유례가 없던 일이었다. 본부장을 비롯한 임원진과 각계 각층의 인사 800여명으로 구성된 운영위원들은 거리와 극장 등 곳곳을 누비며 시도민들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경제인은 물론 문화예술인과 장애인, 종교인, 택시기사 등 시도민 모두가 서명 운동에 동참했다. 당시 본부장을 맡았던 김규재씨는 100만명 서명 돌파 선포식에서 "우방을 살려내야 한다는 시도민들의 열정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이는 우방이 살아난다면 오랫동안 시도민들에게 갚아야 할 빚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서명 운동 외에 본부는 음악회, 전시회 등을 통해 우방 살리기 열기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이후 본부는 우방타워랜드에서 서명부 봉송식을 가진 후 서울로 가 서명인 명부를 청와대와 민주당, 재정경제원, 금융감독원 등에 제출하고 우방 갱생을 호소했다.

시도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다 본부의 조직적 활동이 성과를 거둬 법원은 2001년 12월 우방에 대해 법정관리 본인가 결정을 내렸다. 법정관리 조기 인가를 목표로 본부가 활동에 들어간 지 1년 만에 가시적인 열매를 도출한 것. "만약 우방이 법정관리 인가를 받지 못하고 청산됐다면 700여 우방 임직원은 물론 1천300여 협력업체와 근로자, 그리고 해당 가족을 포함하면 모두 20만명 이상이 직접적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는 게 본부에서 중추적으로 활동한 이석대 밝은사람들-홍보실닷컴 대표의 귀띔이다.

그 후 우방은 법정관리 기간 동안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했고 덕분에 법정관리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2005년 2월에는 C&그룹(당시엔 세븐마운틴)에 M&A(인수합병)됐고 C&우방으로 회사 이름이 바뀌었다. 하지만, 건설경기 침체로 지난해 하반기에 C&우방은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연말에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돼 회생의 수순을 밟고 있는 상태다. 3월쯤 워크아웃에 대한 '최종 인가' 여부가 결정될 예정.

어렵게 회생한 우방이 8년여 만에 다시 갈림길에 선 데 대해 우방 살리기 시민운동본부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착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지역경제를 생각하면 C&우방이 워크아웃을 통해 거듭 태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어쩌다 위기상황이 재연됐는가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는 것. 한 관계자는 "본부에 참여했던 분들이 모이면 우방과 지역경제에 대한 근심과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덧붙였다.

우방이 C&그룹에 인수되면서 우방 살리기 시민운동본부도 이름을 '목우회'(木友會)로 바꿨다. 매월 마지막주 목요일에 모임을 갖는다는 뜻에서 목우회로 이름을 정했다는 것. 지금은 40대부터 70대까지 23명이 목우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목우회 회원들은 "대구의 간판 기업인 우방 살리기를 통해 지역경제 회생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면서도 10년 만에 다시 찾아온 경제위기에 착잡한 심정을 표출하고 있다. "견실한 회사로 다시 태어난 우방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데 대해 뭐라 할 말이 없다"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 경제 컨설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등의 의견을 쏟아낸다는 것. 나아가 8년여 전 우방 살리기를 통해 지역경제 회복의 전기를 마련한 것처럼 지역의 정신 문화를 새롭게 정립하는 범시민운동을 통해 경제위기 탈출을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다는 게 이석대 목우회 사무국장의 얘기다.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회장 김규재(전 대구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부회장 김상태(대구엘더스클럽 고문)

△〃송화섭(대구대 명예교수)

△감사 최경집(공동체의식개혁국민운동 대구경북협의회 대표의장)

△사무국장 이석대(밝은사람들-홍보실닷컴 대표)

△이사 장대준(예비역 육군소장)

△〃임수현(YTN 상근고문)

△〃이길영(한방산업진흥원장)

△〃변태석(B&B 회장)

△〃유상종(경운대 명예교수)

△〃최상희(영진전문대 교수)

△〃이상번(AceKorea 대표)

△〃여운재(전석복지재단 이사장)

△〃조우호(대구정신지체인애호협회 회장)

△〃강길성(㈜보성설비 사장)

△〃백현순(한국체대 교수)

△〃이성수(전 대구시의회 의장)

△〃이규락(전 대구동신신협 이사장)

△〃김태곤(청소년문화가족 사무국장)

△〃김완준(계명아트홀 관장)

△〃김주본(전 운불련 회장)

△〃박운식(대구시 불교신행단체연합회장)

△〃이병길(전 사랑실은 교통봉사대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