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사퇴로 후임 하마평이 나오면서 최근 4대 권력기관장 인사 때 나왔던 'TK(대구경북)-PK(부산경남)'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조현오 경기경찰청장, 강희락 해양경찰청장, 주상용 서울경찰청장 내정자 등 주요 후보가 모두 고려대 출신 영남 인사이기 때문이다.
조 청장은 부산고와 고려대, 강 청장은 사대부고와 고려대, 주 내정자는 대구고와 고려대를 졸업했다. 지금의 관측대로 인사가 이뤄진다면 이른바 '고소영'은 논란은 피할 수 없고, 선택은 TK냐 PK냐만 남게 된다.
◆PK→TK?=올 초 국정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빅4' 인사를 하면서 국정원장에 원세훈 행정안전부장관, 경찰청장에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내정되자 '권력이 PK에서 TK로 이동했다'란 주장이 나왔다. 원 장관과 김 청장이 TK인 반면 물러난 김성호 전 국정원장, 어청수 전 경찰청장이 PK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구경북에서는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PK여서 빅4 가운데 TK-PK 비율은 고작 2명 대 1명이란 것이다. 게다가 청와대, 국회 등 진짜 권력의 요직은 PK가 차지하고 있어 TK는 허울뿐이란 볼멘소리도 나왔다.
◆국회는 PK 천하=김형오 국회의장,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안경률 사무총장 등 국회와 여당 요직은 PK가 독차지하고 있다. 정몽준 최고위원(PK+서울), 허태열 최고위원도 PK다. 홍준표 원내대표(PK+TK+서울), 박순자 최고위원(TK+경기)만 대구경북과 인연이 있을 뿐이다. 그 때문에 국회와 여당의 고위직은 물론 하위직 인사에까지 부산남 출신에게 대구경북 출신이 밀리는 추세가 확연하다.
◆청와대도 PK 시대=청와대 고위직도 PK가 초강세다.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박형준 홍보기획관이 PK인데다 대구 출신인 사공일 전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후임도 합천 출신인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장관이 맡았다. 대구경북은 정정길 대통령실장(TK+PK)은 지인에 대구경북 인사가 많고, 봉화가 고향인 정동기 민정수석(TK+PK) 정도가 TK와 연이 있다.
◆PK 개각에서도 재미=올초 일부 개각에서도 PK가 짭짤한 재미를 봤다. 강 전 재정부장관이 빠진 자리에 마산 출신인 윤증현 재정부장관 내정자가 바통을 이었다. 행안부장관은 영주 출신인 원 국정원장 내정자 대신 창원 출신인 이달곤 의원이 꿰찼다.
TK 장관은 김경한 법무장관과 전재희 보건복지부장관(TK+경기),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등 3명으로 2명인 PK에 비해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다.
◆눈치만 보는 TK=이명박 대통령에게 70%가 넘는 지지를 보낸 TK가 권력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TK 고립 작전 속에 권력이 눈치를 보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TK 고립 작전'이란 노무현 정권과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이 한때 채택하기도 했던 전략으로 PK와 TK를 분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TK를 공격할 경우 각종 인사에서 호남 등 여타 지역은 물론 PK까지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청와대와 국회 주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분위기다.
이병석(경북), 주호영(대구) 의원 등은 이에 대해 "로열티가 높은 TK를 전진 배치하는 것이 정권에 도움되는 것이 분명한 만큼 일각의 견제구에 청와대가 당당해야 TK가 역차별받는 현실을 타파할 수 있다"고 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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