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제조에서 창조로

산업발전 전략 거센 변화 바람, 지식기반 확충 경쟁력 배양을

산업화 이전 시기에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은 농업, 임업, 수산업 등 1차산업이었다. 이들 산업으로는 우리 국민을 제대로 먹여 살릴 수 없었다. 1970년대에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화에 성공해 현재 우리는 2만달러 수준의 소득을 누리고 있다. 그러면 앞으로 20~30년 후 현재보다 두 배 또는 세배 높은 수준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발전 전략을 '제조'에서 '창조'로 바꾸어야 한다.

20세기 후반에 진행된 세계경제 변화의 한 특징은 지구 전체로 생산 능력이 크게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자동차의 경우 전 세계 생산량은 1960년 1천650만대에서 최근에는 7천500만대로 약 4.5배 확대되었다. 농업부문에 있어서도 지구 전체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어 1960년 1.5억t이던 쌀 생산량은 2004년에는 3.8억t으로 약 2.6배 증가하였다.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특히 냉전체제가 붕괴되고 세계경제가 통합해 나가는 과정에서 생산기지를 저임금 국가로 이전하는 다국적기업의 전략 변화가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힘입어 후발개도국들은 앞으로도 생산·제조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다. 이는 생산·제조 부문에서의 경쟁 압력은 더 높아지고 이윤은 더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선진국 기업은 생산 활동은 아웃소싱하고 새로운 가치의 원천을 창조적 활동에서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전략으로 전환하였다. 기업 차원에서 이루어진 이러한 변화가 경제 전체로는 지식기반경제로의 전환으로 나타난다. 미국의 애플(사)이 개발하여 중국에서 생산하고 전 세계적으로 팔리고 있는 아이포드를 예로 들어보자.

300달러짜리 아이포드의 생산·판매는 각국 경제에 어떤 기여를 할까? 중국에서 미국으로 아이포드가 수출되는 가격은 대략 145달러 정도인데,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300달러에 팔린다면 아이포드 하나로 155달러만큼의 추가적인 경제성장 효과가 미국에서 발생한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조사에 의하면 제품을 개발한 애플(사)이 80달러를 가져가고, 그 다음 45달러를 소매업이, 그 다음 30달러는 운송업이 가져간다고 한다. 그러면 한 대당 145달러에 수출한 중국은 실제로 얼마나 이익을 보았을까? 아이포드는 대략 450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지는데 가장 핵심 부품인 하드드라이브를 공급한 도시바가 74달러를 가져가고 프로세서를 제공한 대만기업이 13달러, 반도체를 제공한 삼성전자가 3달러…, 이런 식으로 공제하고 나면 중국에 남는 부가가치는 4달러라고 한다. 외형적으로 중국은 한 대당 145달러의 수출을 기록하지만 중국 경제성장에의 직접적인 기여는 4달러에 불과하며 간접 효과를 감안해도 10달러가 넘지 않을 것이다. 글로벌 생산체제에 애플(사)이 중국생산기업의 차이가 2006년 현재 일인당 소득에 있어서 미국은 4만3천달러인 반면 중국은 2천달러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이를 설명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일부 제조업 부문에서 몇몇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경제 전체로 보면 이러한 혁신기업의 비중은 선진국에 비하여 여전히 낮다. 수출 외형에 비하여 성장의 과실은 크지 못하다. 이러한 현상은 제조업 부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금융, 회계, 법률, 교육, 의료 등 서비스 부문에 있어서도 우리나라의 생산성 수준은 대체로 미국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의 서비스 활동이 선진국의 성장 모형을 답습하는 데에 머물러 있어 내생적 혁신이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계경제는 긴밀한 생산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생산관계는 제조업과 서비스를 모두 포괄한다. 우리경제가 언젠가 미국과 같은 선진국 수준의 소득을 향유할 수 있는가의 여부는 궁극적으로 글로벌 생산체제에 있어서 어디에 위치하는가에 달려있다.

아이포드의 예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제조 활동이 아니라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창조 활동을 통해서 높은 수준의 소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혁신의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규제개혁을 통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지식기반의 확충을 통하여 경제 주체들의 경쟁 능력을 배양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서중해 KDI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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