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은 기대와 설렘의 달이다. 새 학년도가 시작되면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게 되지만, 해가 갈수록 기대보다는 우려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착하고 우수한 학생을 많이 만나고 싶은 소망을 품지만, 이젠 무사히 한 해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도 없지 않다.
요즘 학생은 과거와 많이 다르다. 활발하고 개성이 강하여 보기가 좋다. 그러나 지나치게 자유분방하고 자기중심적이어서 남의 간섭을 싫어하고 부모든 교사든 두려움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교사는 무한한 사랑으로 학생을 이해하고 포용하며 지도해야 마땅하나 그 한계를 실감하고 있는 교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학교와 가정과 사회가 삼위일체가 되었을 때 올바른 학생 지도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이고 원리이다. 이미 우리 사회도 남의 자식을 간섭하거나 꾸짖지 못한 지가 오래되었다. 자칫하면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보니 이웃의 무관심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자라는 셈이다. 이처럼 사회적 관심에도 한계가 있고 가정에서는 엄한 규율이 없이 내 자식 사랑만 앞세우다 보니 학교에서마저도 갈수록 생활지도가 힘들어지고 있다.
올바른 생활지도 없이는 효율적인 학습지도가 이루어질 수 없다. 억압과 폭력이 아닌 교사로서의 위엄과 권위는 필요하다. 학생들은 점점 교사의 울타리에서 벗어나려 하고 교사는 방관시하는 현상이 늘어나니 학교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교육은 아이들의 모든 면에 대한 세심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 관심이 없음은 교육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간혹 지나친 의욕과 관심으로 교사와 학생 사이에 불미스러운 마찰과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그것이 학생에게는 간섭과 억압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웃 학교의 학생 체벌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어 세인을 깜짝 놀라게 했다. 교사가 학생에게 200대를 때렸다는 것이다. 200이란 수에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체벌 그 자체에만 관심을 둘 뿐 우리의 학교 현장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 교사가 학교 재단의 일원임을 알게 되면서 다른 생각이 들기도 했다. 교사로서의 인성이나 당시의 정확한 상황은 자세히 알지 못하나, 그는 요즘의 다른 교사들과는 다른 면이 있었을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는 학교와 학생에 대한 의욕과 관심이 남달랐지 않았을까 싶었다. 어느 직장이든 주인의식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다. 생활지도에 관한 교사들의 소극적인 태도와 무관심이 커지는 교육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지난날 엄격한 학생지도라는 명분으로 회초리가 생활지도의 쉬운 수단이 되었던 시대가 있었다. 이제 그러한 비인격적인 체벌은 마땅히 개선되어야 하고, 학생은 미성년자이지만 당연히 인격적인 대우를 받아야 한다. 교사의 편의성을 위한 폭력과도 같은 체벌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어느 때부터 교사들의 손에서 회초리가 서서히 사라졌다. 이제 우리의 교육 현장이 민주적인 교육으로 바뀌고 있음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왠지 씁쓰레함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이들은 교실이든 어디든 자유분방하게 설쳐댄다. 어쩌면 이것이 아이들다운 참모습일는지 모른다. 하지만, 조용하고 엄숙한 교실은 이미 사라지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이 소란하여도 눈초리가 부드러운 교사들은 수업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에까지 이르렀다. 정숙한 분위기 속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은 따돌림을 당해야 하는 비정상적인 교실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한다.
대화와 사랑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학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참다못해 작은 체벌이라도 했다가는 자칫하면 교실에서 교사의 권위와 체면을 꾸기게 된다. 때로는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씻을 수 없는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교실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맞았다는 이야기는 바다 건너 먼 나라의 일로만 여겨졌었는데 이제 우리의 현실이 되고 있다. 교사와 학부모 간에 법적 분쟁까지 생기는 경우도 한둘이 아니다.
전통적인 사제 간의 돈독한 정은 차츰 사라지고 지식을 주고받는 거래 관계로 전락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옛말에 매를 아끼면 아이를 버린다는 말도 있고, 늙은 개는 공연히 짖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이제 삼월이 두렵기도 하다. 그래도 삼월은 희망과 설렘의 달이다.
조병렬(경신고 교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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