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지성 동점골…허정무號, 이란 원정서 값진 무승부

한국의 월드컵 여정은 긴장을 풀지 못하게 됐다. 11일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4차전에서 한국은 0대1로 끌려가다 박지성의 짜릿한 동점 골로 1대1로 비겼다. 원정 경기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둔 한국은 2승2무(승점 8)로 B조 선두를 지키면서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를 1대0으로 누른 북한(2승1무1패·승점 7)에 승점 1점 차로 쫓기게 됐다. 이란은 3위(1승3무·승점 6)로 밀렸다.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 기성용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예리한 킥을 날리고 경기를 조율하는 등 맹활약했고 박지성의 공·수에 걸친 활약도 돋보였다. 그러나 정성훈, 염기훈과 차례로 짝을 이뤄 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선 이근호는 전방에 고립되면서 득점 기회를 놓치기도 했고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이청용도 경기 감각이 떨어지며 부진, 공격력이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은 홈팀 이란의 공세에 시달리면서 선취골을 내준 후에도 동점 골을 뽑아내는 저력을 보였다.

4-4-2 전형으로 나선 한국은 바히드 하셰미안을 원 톱으로 한 4-5-1 전형의 이란에게 전반 초반 밀렸다. 이란은 한국의 왼측면을 주로 공략하며 공세에 나섰고 단단한 수비를 펼친 한국은 이란의 예봉을 차단하는 데 힘썼다. 한국은 기성용의 프리킥이 이란의 골지역으로 예리하게 휘어져 이란 골키퍼 메디 라마티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등 세트피스에서 날카로운 위력을 뽐냈다. 전반 17분, 기성용의 코너킥이 정성훈의 헤딩으로 연결됐으나 크로스바를 넘겼고 전반 35분과 38분에도 기성용의 프리킥과 코너킥이 이란 골문 근처로 파고 들었다. 전반 41분에는 기성용이 중원 부근 40m에 이르는 지점에서 프리킥을 빨래줄 같은 장거리 직접 슈팅으로 연결, 라마티가 가까스로 걷어내기도 했다.

한국은 전반 종반부터 매끄러운 패스를 통해 공격 리듬이 살아나며 이란을 위협하기 시작했고 후반 들어 공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후반 13분 이란의 자바드 네쿠남에게 선취 골을 내줬다. 네쿠남은 한국의 페널티구역 바깥 가운데 지점에서 김정우의 반칙으로 얻은 프리킥을 오른 발로 감아찼고 이 볼은 한국 골키퍼 이운재가 몸을 날렸지만 골문 구석 상단 안으로 빨려들고 말았다.

한국은 실점한 직후 오범석이 오른 측면을 파고 들어 날린 크로스가 이근호의 헤딩으로 연결됐으나 볼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와 땅을 쳤다.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 진영에 패배의 불안감이 스며 들었지만 한국의 공격력은 예리함을 잃지 않았고 결국 비슷한 방식으로 골을 되갚았다. 후반 35분, 이란의 페널티구역 바깥 가운데 지점에서 박지성이 얻어낸 프리킥을 기성용이 멋지게 감아찼고 라마티가 쳐내자 박지성이 달려들며 헤딩 슛, 가슴이 뚫리는 동점 골을 뽑아냈다.

한편 북한은 이날 오후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난적' 사우디와의 경기에서 전반 29분 문인국의 결승 골을 끝까지 잘 지키며 승리, 1982년 11월 이후 26년2개월여만에 사우디전 승리를 맛봤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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