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선수들의 금지 약물 복용 파문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국내 프로 야구 역시 약물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그동안 선수들의 약물 복용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강타자 호세 칸세코가 은퇴 후 발간한 자서전 '약물에 취해(Juced)'에서 현역 시절 약물 복용 사실을 시인하면서 동료 선수들이 연루됐다고 폭로, 소동이 인 데 이어 약물을 사용한 선수 88명이 기록된 '미첼 보고서'가 2007년 나오면서 파문이 커졌다.
베이브 루스와 행크 아론 이후 '홈런왕의 대명사'가 된 마크 맥과이어와 배리 본즈에게 약물 사용 의혹이 덧씌워졌고 명투수 로저 클레멘스도 예외가 아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엔 최고 연봉을 받는 슈퍼스타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의 스테로이드 복용 사실이 밝혀지면서 메이저리그는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
문제는 2003년 실시됐던 금지 약물 검사에서 로드리게스 외에도 양성 반응을 보인 선수가 103명이 더 있다는 것. 또 다른 스타 미겔 테하다(휴스턴 애스트로스)마저 약물 복용 사실을 시인, 얼마나 많은 스타들의 부정이 더 드러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 프로야구는 약물의 유혹에서 벗어나 있는 '청정지대'일까.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1998년 외국인 선수가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뒤 일어난 일들로 미뤄볼 때 메어저리그의 금지 약물 파문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사안이 아니다. 자칫 프로야구의 위상이 추락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국내에서 뛰던 시절에도 약물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펠릭스 호세(전 롯데 자이언츠)는 2007년 퇴출된 뒤 그해 멕시칸리그에서 뛰다 금지 약물 복용으로 5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2003, 2004년 롯데에서 뛴 이시온(본명 마리오 엔카르나시온)은 2005년 대만에서 선수 생활 중 약물 과다 복용으로 세상을 떠났다.
2007년 22승을 거두는 등 맹활약하며 시즌 최우수선수(MVP)가 됐던 다니엘 리오스(전 두산 베어스)도 뒤끝이 좋지 못했다. 2008년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했으나 스테로이드 복용 사실이 드러나 1년간 출장 정지 처분을 받은 끝에 소속 구단 야쿠르트에서 퇴출됐다. 한때 국내에서 활약했던 틸슨 브리또 또한 약물 복용 의혹을 받았다.
외국인 선수들을 통해 국내에도 금지 약물이 본격적으로 소개됐다는 소문이 돈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비록 한국야구위원회(KBO) 산하 반도핑위원회가 지난해 6, 9월 도핑테스트를 한 결과 양성 판정을 받은 선수는 없었지만 약물 복용 선수를 가려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무작위로 팀당 3명씩 테스트를 하는 것에 그쳤기 때문이다.
정정당당한 승부가 아니라 부정한 수단을 동원해 부와 명예를 얻는 것을 보고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야구를 보러 오라고 할 수는 없는 일. 도핑테스트 규정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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