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외 취업 뚫는 전문대 총장들

이달 졸업을 앞둔 대경대학 조은애(22·여·호텔매니지먼트과)씨는 얼마 전 취업 고민을 말끔히 해소했다. 올해가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난이라는 소식에 졸업을 미룰까도 생각했지만 취업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찾아왔다. 조씨는 이달 초 지도교수로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일본에 가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교수의 손에 이끌려 현지 호텔로 면접을 보러 갔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조씨뿐만 아니라 이 학교 관광호텔학부 학생 15명도 이 호텔에 인턴과정으로 취업이 확정됐다. 일본 호텔에 취업이 된 이선희(22·여·국제관광과)씨는 "정규직이 아니라 인턴십이지만 현장에서 꼭 전문성을 인정받아 정규직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들의 취업은 대경대학 유진선 총장이 학생들의 이력서 200여장을 들고 이 호텔을 찾아 반강제로 취업설명회를 열게 하면서 성사된 것이다. 유 총장은 "국내에서는 더 이상 취업 틈이 보이지 않아, 해외 취업 세일즈 외교를 위해 직접 일본으로 달려왔다"고 했다.

전문대학 총장들이 뛰고 있다. 학생들의 이력서를 들고 해외 기업체를 뛰어다니며 취업 세일즈맨을 자처하고 있다. 장기 불황으로 국내 취업에 한계가 드러나자 해외 취업만이 살길이라는 절박한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영진전문대학 졸업예정자인 신선영(21·여·국제관광계열)씨도 얼마 전 일본의 한 관광서비스분야 업체에 채용이 확정됐다. 신씨는 해외 취업을 위해 일본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서류 전형은 물론 면접까지 학교에서 하루에 끝냈다.

업체 임원들이 직접 한국까지 왔기 때문이다. 이날 대학에서는 일본의 임베디드·시스템통합(SI)과 관광서비스 관련 9개 기업체 대표와 관계자들이 70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면접을 봤다. 일본 기업체 대표들이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이유는, 총장까지 나서서 일본 인력시장 수요조사를 하고 현지 기업체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주문식 교육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해외취업 추진을 위해 2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일본취업 임베디드반·일본 자동차설계반·관광서비스반 등을 설립해 대비했다는 것. 이날 채용면접을 본 LSI 개발연구소 도모리 대표는 "예상보다 학생들의 일본어 실력이 우수하고 실무에 대한 지식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내달 중순에는 일본 자동차설계 분야의 4개 회사가 채용면접을 위해 영진전문대학을 방문할 예정이다.

다른 대학 총장들도 해외 취업에 목을 매기는 마찬가지다. 영남이공대학 김춘중 총장은 이미 4년 전부터 학생들의 해외 취업을 위해 뛰고 있다. 김 총장은 2006년부터 3년 동안 매년 일본 기업체 10여 곳을 세 차례 이상 다니며 학교를 홍보했으며, 현지 업체 임직원을 정기적으로 초청하는 등 우호 관계를 유지했다.

해외 취업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해 신입생부터 대비하도록 했으며, 해외 취업에 유리한 학과를 적극 육성했다. 내달에는 해외 취업을 강화할 목적으로 국제교류교육원을 신설하기로 했다. 대구보건대학 남성희 총장과 대구과학대학 김석종 총장, 계명문화대학 김남석 총장, 대구산업정보대학 김선순 총장, 대구미래대학 조현국 총장 등 지역 다른 전문대학 총장들도 해외 취업 세일즈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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