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피플&피플]영화동호회 'BOOT-대구'

한국의 영화시장은 세계에서 9번째로 크다. 몇년 전 발표된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호주 다음으로 큰 영화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개봉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시작으로 1천만관객 시대도 열렸다. 영화는 이제 대중문화 코드를 읽을 수 있는 대표적인 장르가 됐다. 영화가 대중화하면서 영화모임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BOOT-대구'는 지역을 대표하는 영화동호회다.

1999년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결성된 뒤 10년 동안 꾸준한 활동을 펼쳐 지역 최고라 자부할 만큼 많은 회원을 확보했다. 현재 인터넷카페에 등록된 인원은 1천600명을 넘는다. 모두 온·오프라인을 통해 활동하는 진성 회원들이다. 매년 활동하지 않는 회원들을 정리할 만큼 관리가 엄격하기 때문이다.

'BOOT-대구'는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갖고 있다. 한달에 한번 열리는 정기모임을 비롯해 매주 금요일 심야영화감상, 영화토론회와 MT 등을 통해 영화정보를 나누고 회원간 화합을 다진다. 12월에는 영화퀴즈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가 있는 송년회 자리가 마련된다.

한때 정기모임에는 100여명까지 모였다고 한다. 참석인원이 많다보니 대구의 몇몇 극장에서 할인혜택 제공을 내걸며 모임을 유치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게 전개됐다. 하지만 휴대전화 회원카드와 신용카드를 통한 할인이 시행되면서 정모에 참석하는 회원들이 많이 줄었다. 카드 할인폭이 'BOOT-대구'에 제공되는 할인폭을 능가한 것이 원인이다.

극장 측에서 'BOOT-대구'에 제공하는 할인혜택이 없어진 요즘의 정모에는 10~20여명 정도가 참석한다. 2009년 첫 정기모임은 1월 24일 롯데시네마대구에서 열렸다. 관람한 영화는 '작전명 발키리'였다. 정모에서 감상할 영화는 흥행성과 작품성을 두루 고려, 결정한다. 회원마다 영화를 고르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한쪽으로 치우진 영화는 잘 선택하지 않는다. 개봉 영화가 너무 많을 경우 설문조사를 통해 영화를 선정한다.

초창기 회원들은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들이 주를 이뤘다. 지금은 20대 중반부터 40대까지 주축 회원들의 연령대가 다양해졌다. 영화가 특정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세대를 아우르는 대중매체가 된 세태를 엿볼 수 있다. 회원들 가운데는 개봉영화를 모두 보고 영화평을 쏟아내는 영화광들이 많다.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영화를 보는 다양한 시각과 지식을 나눌 수 있는 것이 'BOOT-대구'의 장점이다. 총무를 맡고 있는 박윤미(30·여)씨는 "영화에 대한 지식 없이도 모임에 참석해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죠. 영화보는 것이 좋아서 모임에 나왔는데 자연스럽게 영화 보는 안목이 높아졌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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