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가를 이루다]스피치 트레이너 이병욱씨

'스피치 트레이너' 이병욱(53)씨는 '화술 교육'의 달인이다. 1980년부터 벌써 30년째 화술 교육현장에 몸담고 있다.

"'스피치'나 '화술'이라는 말이 생소하다면 '웅변'을 떠올려 보세요. 스피치는 2000년대 이후 웅변의 대중화를 상징하는 말이죠. 쉽게 설명하면 생활 속 화술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씨가 화술 교육의 달인으로 우뚝 서기까지는 고교시절 은사의 역할이 가장 컸다. "웅변이 교기인 서울 선명 고등학교를 다닌 데다 전교 학생회장에 출마하면서 은사님으로부터 웅변 지도를 받았죠. 은사님은 웅변 부분 대통령상 수상자를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배출했을 만큼 웅변 교육에 탁월한 분이었어요. 은사님과의 만남이야말로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고교시절 교내 웅변대회를 거쳐 서울시 고등부 대표연사로 출전하며 '화술'의 기초를 다졌던 그는 군 제대 후 1980년부터 대구에 정착했다.

"'영남웅변학원'이라는 곳에서 처음 강사를 맡았어요. 고(故) 김정규 선생께서 세운 대구 최초의 웅변학원이었죠. 당시만 해도 대구에서 웅변을 배울 수 있는 학원이라곤 이곳뿐이었어요."

이씨는 "2년간 영남웅변학원 강사로 재직하며 경험을 쌓다 '한일웅변학원'을 직접 설립했다"며 "그 후 90년대 말까지 수백개의 학원이 봇물을 이루며 웅변 전성시대를 맞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웅변 전성시대는 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국·영·수를 비롯한 선행학습 학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부터다. 웅변학원은 교내나 전국대회를 겨냥한 몇몇 학생들이 다니던 곳이었지, 성적을 올리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던 까닭이다.

"2000년대를 맞아 학원 간판부터 바꿨어요. 웅변이라는 말 대신 '스피치'라는 이름을 넣어 '한일스피치닷컴'이라는 상호를 달았죠. 과거 웅변학원이 소수의 학생 중심이었다면 스피치학원에서 가르치는 대상은 말 그대로 모든 대중이죠."

실제 그의 학원에 등록한 수강생들은 초·중·고교생에서부터 성인까지 남녀노소 불문이다. 대학 및 직장 면접·회의·토론·주제발표 등 오늘날 모든 조직에서 화술이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인에서부터 노조위원장, 대학 학장, 심지어 초교 학급 반장에 이르기까지 선거문화가 뿌리내리면서 화술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스피치학원에 사람들이 몰리는 까닭은 '화술'의 비중과 역할이 그만큼 커진 때문이에요. 어떤 조직에서든 말을 못하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온 거죠. 대표적인 예로 미국에서 실시한 재미있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어요. 직장인들에게 가장 두려운 게 뭐냐고 물었더니 물에 빠지거나 불에 타는 것보다 '프리젠테이션'하는 게 더 무섭다는 거에요."

이씨는 "21세기는 화술이 지배하는 시대라 할 수 있다"며 "이혼과 노사갈등 같은 현대사회의 고질적 병폐도 결국 화술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화술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진정한 화술이란 단순히 말 잘하는 기술이 아니라 행동과 사고의 긍정적 변화를 말한다.

"아프리카 신발시장을 조사하러 간 두 영업사원이 있었어요. 맨발로 다니는 아프리카 사람들에 대해 두 사람의 생각은 전혀 달랐어요. 한 사람은 '맨발로 다니기 때문에 신발을 팔 수 없다'고 생각했고, 다른 한 사람은 '맨발이기 때문에 신발을 팔 수 있다'고 생각했죠." 이씨는 "신발을 파는 것과 말을 잘하는 게 서로 다르지 않다"며 "마음부터 활짝 열어야 화술에 통달할 수 있다"고 했다. "엎어 놓은 컵에 물을 따를 수 없듯 닫힌 마음으로 화술을 배워봤자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그가 행동과 사고의 긍정적 변화를 위해 자주 시도하는 교육은 '큰 소리 지르기'. 있는 힘껏 고함을 외치다 보면 자신감이 생길 뿐 아니라 자연스레 목소리가 다듬어지기 때문이다. 이씨는 또"화술을 처음 배우러 오는 사람들에겐 보기만 해도 용기와 자신감이 솟는 문구들을 자주 들려준다"며 "그리고 나서야 발성과 발음을 교정하거나 개별 캠코더 촬영을 통해 말의 속도와 고저를 조정해주는 다음 단계를 밟는다"고 귀띔했다.

이제 경남·북 일대는 물론 서울에서까지 수강생이 찾아올 만큼 학원 이름 알리기에 성공한 그는 화술교육 틈틈이 '신바람 스피치', '이병욱 가라사대' 등 스피치 교재 및 에세이를 발간했을 뿐 아니라 '대구스피치문화학회'까지 창단해 화술에 대한 학문적 기반을 닦고 있다.

이씨는 "화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활동이 활발해질수록 화술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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