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감원 태풍이 불고 있습니다. 정년퇴직을 얼마 남기지 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요즘은 연령을 가리지 않고 잘려 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허허벌판으로 나가는 사람들의 가슴엔 절망만이 가득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족이 있는데 가장이 삶을 포기해서야 되겠습니까?
이번 주엔 우울한 재무진단을 해봤습니다. 40대 초반인 이종호(가명·43)씨는 최근 다니던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권고사직형태의 해고를 당했다고 합니다. 그는 새로운 일을 시작해서 소득이 생길 때까지 지출 등을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을까 물어왔습니다. 계명대 재무상담클리닉센터·삼성증권과 함께 그의 희망을 그려봤습니다.
A.
◆재취업 때까지 지출을 최대한 줄여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여파로 이씨도 혹독한 시련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신문에서나 보던 구조조정 폭풍이 자신에게도 닥친 것이다.
이씨는 현재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다행히 부인이 돈을 벌지만 이씨의 소득이 끊기면서 지금의 지출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이씨가 새 직장을 구해 매달 소득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가계의 적자구조를 구조조정해야 한다. 부인의 소득 120만원 대비 총지출은 370만원으로 매월 250만원이 모자란다. 1년이면 3천만원이 필요하다. 만약 이씨의 소득창출이 늦어진다면 심각한 경제적 곤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세금이나 아파트 관리비 등 고정비는 줄이기 어렵지만 외식비, 통신비, 문화생활비, 차량유지비 등 변동비는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이씨 부부와 상의한 결과, 매월 생활비에서 50만원은 줄여보기로 했다.
그 다음은 사교육비다. 한 연구기관의 '사교육, 노후불안의 주된 원인'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구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64만6천원으로 가구당 월 소득의 19.2%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씨도 두 자녀의 사교육비가 매월 90만원으로 월 지출의 24%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이씨는 학원비를 30만원 정도 줄이는 대신 부인과 함께 자녀 학습을 도와주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 달 만기가 돌아오는 정기예금을 해지하는 방법으로 대출금을 상환, 이자부담도 줄이는 것이 좋다.
◆유동성 자산을 비축해야 한다
이씨가 월 지출을 구조조정하더라도 매월 80만원이 모자란다. 1년이면 거의 1천만원이 들어간다. 빨리 새로운 직장을 구하면 풀리는 문제지만 지금부터 대비책을 세워놓아야 한다.
이씨의 금융자산 중 정기예금 2천만원은 대출금 상환에 사용하고 적립식펀드는 적지 않은 손실로 지금 환매하기 어렵다. 중간정산을 하고 남은 퇴직금 5천만원은 CMA에 넣어 두었다. 지금은 이씨의 상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5천만원을 적극적으로 굴리기는 어렵다. 직장을 구할 때까지 유동성에 문제 없도록 대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우선 매월 생활비 부족분 80만원의 1년치에 해당하는 1천만원과 혹시 모를 비상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자금 500만원을 합쳐 1천500만원은 CMA에 그대로 넣어두자. 나머지 3천500만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서는 안 된다. 정기예금에 넣어둬라.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4%에 불과하지만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해지를 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장성보험은 그대로 유지하자
아무리 사정이 어렵더라도 종신보험과 건강보험 같은 보장성보험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지금처럼 실직으로 소득이 없는 경우, 만약 큰 사고나 질병이 발생하면 치료비로 큰 목돈이 들어가게 돼 더 큰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이씨가 가입한 종신보험은 9년 전에 가입, 지금과 비교하면 보험료도 상당히 저렴한 편이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아직까지는 유동성에 문제가 없으므로 미리 해약을 할 필요까지는 없다.
그러나 재취업이 늦어져 보험 계약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면 해약하는 것보다 자동대출 납입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감액완납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감액완납은 더 이상 보험료를 내지 않는 대신에 보장금액을 축소,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적립식펀드 및 변액유니버셜보험은 납입 중지
이씨는 3년 전부터 매월 50만원씩 적립식펀드에 넣었다. 현재 약 25% 정도의 손실을 보고 있다. 지금 당장 펀드를 해지, 돈을 사용해야 할 경우는 아니므로 굳이 손실을 본 지금 시점에서 환매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매월 적립하는 50만원은 중단하자. 그리고 4년 전부터 노후준비를 위해 매월 30만원씩 넣고 있던 변액유니버셜보험도 납입을 당분간 중단하자. 변액유니버셜보험은 의무납입기간인 2년이 지나 당분간 납입을 중단할 수 있다.
또 이씨가 가입한 변액유니버셜보험은 보험료 납입을 일시 중지하는 기간 동안에는 사업비를 부담하지 않고 나중으로 넘겨진다. 따라서 지금 납입을 중단하더라도 수익률에는 지장을 덜 준다. 물론 모든 보험회사가 이런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잘 따져보아야 한다. 이씨의 경우 지금은 실직으로 보수적인 자산배분을 했으나 재취업이나 창업으로 소득을 얻게 되면 즉시 재무진단을 요청, 자산배분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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