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성교육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12일 오후 대구 달서구 송현동 대구시청소년수련원 3층 청소년 성문화센터. 까무잡잡한 얼굴의 도미니카 공화국 여성부, 보건부 공무원 12명이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체험관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들이 머나먼 카리브해에서 날아와 대구땅을 밟은 이유는 자국 청소년들을 위한 성교육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다. 인구 160여만명의 도미니카 공화국은 임산부 4명 중 1명이 15~19세의 청소년일 정도로 성 의식이 낮다고 한다.
이들이 방문한 '대구청소년성문화센터'는 청소년들이 음성적인 성문화에서 벗어나 건강한 성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지난해 11월 대구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생명 체험관, 성교육 자료관, 건전 성가치 형성관, 성평등 문화관 등 다양한 체험장이 있어 생명과 인간에 대한 경외감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이들 방문단은 여성의 질 입구를 그대로 재현한 체험방에서 이 방을 어떻게 만들었고,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카메라 셔터를 쉴 새 없이 눌러댔고 꼼꼼히 메모했다. 하나라도 더 보고 배워 도미니카에서 이곳 같은 훌륭한 체험관을 만들겠다고 했다. 몸무게 3.2㎏ 키 52㎝의 실제 신생아 크기와 같은 인형을 이용한 '아기 돌보기 체험관'에서는 연방 탄성을 질렀다. 모두 번갈아가며 모형 아이를 품에 안고는 "실제 아이와 너무 똑같아 성교육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20년차 주부인 모니카리온(46)씨는 "20년 전 첫 아이에게 젖 먹일 때처럼 생명의 신비와 소중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미혼인 글로리아(20·여)씨는 임신부의 상태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옷을 입고 불룩해진 배를 쓰다듬으면서 "저도 언젠가는 이렇게 아이를 갖고 풍만한 배를 어루만질 것"이라며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이곳 정해철(42) 원장 신부는 "도미니카 공화국 국민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임을 고려해 맞춤형 교육 자료를 준비했다"고 했다.
방문단장인 인디아나(47·여)씨는 "청소년 성문화센터가 기술집약적 시설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처럼 인간미 넘치는 공간일 줄은 몰랐다"며 "우리나라에도 이곳 같은 센터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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