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중·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쓴 사교육비는 무려 20조400억 원. 우리나라 일년 예산의 10분의 1에 가까운 금액을 사교육 시장에 쏟아부은 셈이다. 불황 속에 살기 힘들다며 하소연하지만 외식비·의료비는 줄여도 교육비만큼은 줄지 않는다고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학원이 생겨나고 교습소, 공부방이 들어서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른바 '스타 강사'는 웬만한 연예인 뺨칠 만큼 인기와 함께 고액 연봉을 받으며 선망받는 직종으로 떠올랐다. 전체 강사 중 최상위 1%에 해당하는 이들 스타강사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전체 강사 수익의 70%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나머지 99% 강사들이 30%를 나눠가진다는 뜻이다. 강사를 키워내는 전문학원이 생겨날 정도이고, 주요 강사채용 사이트에는 연간 등록인원이 수만명에 이를 정도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인터넷 강의를 하는 강사들 중에는 연간 수강생을 5만여명씩 끌어들이면서 혼자서 매출액 50억 원을 올리기도 한다. 과연 스타 강사의 실체는 존재하는 것일까?
◆유명 강사는 무언가 다르다(?)
대구 수성구 범물동에 사는 박모(18)군은 영어 과외를 받는다. 중학교 때까지 영어를 곧잘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수능 모의고사에서는 좀처럼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1학년 2학기를 앞둔 여름방학부터 전직 입시학원 강사 출신이라는 과외 교사와 일주일에 두번 만나게 됐다. 한차례 강의시간은 120분. 3개월 뒤 박군의 영어 성적은 90점대로 올라섰다.
달서구 대곡동에 사는 최모(19)양은 친구 3명과 함께 수학 과외를 받고 있다. 현직 학원 강사인 과외 교사와 만나는 시간은 일주일에 두번. 과외비 부담이 커서 성적이 비슷한 학교 친구와 함께 주중과 주말에 과외 교사 집을 방문해서 수업을 받는다. 수업 들은 지 6개월이 지나면서 성적이 눈에 띄게 올랐다. 현재 학교 보충수업 교재를 선행학습하고 있으며, 내신 대비도 병행하고 있다.
수성구 수성 3가에 사는 이모(18)양은 학원 종합반 수업을 들으면서 영어 족집게 과외를 함께하고 있다.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종합반에 등록했고, 영어 과외는 시작한 지 6개월가량 됐다. 언어영역과 수학은 그런대로 따라가는 편인데 영어가 약해서 별로로 학원 소개를 받아 과외를 시작한 것. 일주일에 두번 만나면서 문법과 독해만 배웠다. 모의고사 영어 성적은 80점대 중반 정도이다.
앞서 학생들은 내신성적 5~10% 안팎의 비교적 우수한 편이다. 학원 및 과외 수업을 받으며 성적이 기대 이상으로 향상됐고 상당히 만족하는 편이다. 가정마다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비용은 100만원 안팎. 적잖은 돈을 썼지만 이런 추세로 성적이 오른다면 아까울 게 없다는 생각이다. 이들 학생들을 지도하는 강사들은 나름대로 실력을 검증받은 인물들. 한 주부는 "또래 주부들은 과목별로 우수한 강사 리스트는 물론이고, 강점이 있는 영역이 무엇인지까지 꿰고 있다"며 "시간을 맞추기 힘들어서 알음알음 줄을 대야 수업을 받을 정도이다 보니 강의료도 꽤 높은 편"이라고 했다. 심지어 유명 강사와 학생들을 연결해주는 주부 컨설턴트까지 있다고 했다.
◆스타 강사의 허와 실
문제는 '학원 및 과외→월 100만원가량 지출→성적 향상'이라는 단순 공식이 성립하느냐는 점. 입시학원 한 강사는 "강사들마다 수업의 질적 차이가 있는 것은 틀림없고, 그에 따라 학생들의 수업 태도나 이후 스스로 공부하려는 의지가 결정되는 경향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아무리 좋은 밥상을 차려놓아도 학생이 수저를 들고 떠먹으려 들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했다.
앞서 학생들의 경우도 그렇다. 영어 과외를 받은 박군의 경우, 일주일에 4시간 과외받는 것 외에 매 수업 준비를 위해 최소한 하루 2, 3시간씩 영어를 공부했다.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강의가 아무리 뛰어나도 그것을 소화할 만큼 학생이 노력하지 않는 한 아무 소용이 없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한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은 고액 강사일수록 실력이 뛰어나고, 그만큼 자녀들의 성적도 오를 것으로 믿는다. 모 학원 원장은 "강사들의 실력이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며, 그에 따라 수강생도 적잖은 차이를 보인다"며 "하지만 강사의 실력이라는 게 학벌이나 학력뿐 아니라 얼마나 자신을 잘 포장하느냐에 따라 많이 좌우된다"고 말했다. 좋게 말하면 강사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는 차원에서 스스로를 다소 과대 포장할 수도 있지만, 바꿔 말하면 실제 능력 이상으로 과장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인강'(인터넷 강의)에 대해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 대안이라는 호평 외에 화려한 겉모습만큼의 학습 효과는 없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송원학원 윤일현 진학지도실장은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 중에는 '말 지식을 되로밖에 못 파는 사람도 있고, 되 지식을 말로 파는 사람'이 있다"며 "인기 강사는 대부분이 되 지식을 말로 파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실장은 "문제는 온·오프라인의 인기 강의가 과연 학생 실력 향상에 얼마나 기여하느냐"라며 "대부분 학습 이론 전문가들은 온라인 강의가 동기유발 정도로는 효과가 있지만 깊이 있는 실력 배양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기존 학원강의 역시 수많은 수강생을 거느리고 다니는 사람이 외형적 인기만큼 실력을 올려 주느냐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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