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우현의 보석이야기] 2월의 탄생석 자수정

신의 하늘빛, 푸른색과 인간의 핏빛, 붉은색이 만나서 만들어진 색이라고 여겨지기도 한 자수정은 마음의 평화로움과 성실, 근면, 특히 젊음을 주는 보석으로 알려져 왔다.

유리와 도자기의 원료가 되는 석영, 이 석영 중에서 투명한 부분을 수정이라 부르는데 이 수정은 띠고 있는 색깔에 따라 다시 자수정(amethyst), 황수정(citrine), 장미 수정(rose quartz)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그 중에서 보석으로서의 가치를 가장 많이 인정받고 있는 것은 단연 보랏빛의 자수정이다. 자수정이 보랏빛을 띠는 이유에 대해서는 철 성분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망간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자수정을 영어로는 애머시스트(amethest)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술에 중독되지 않는'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애머티스토스(amethystos)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 어원과 관련해서는 재미있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주신(酒神) 박카스는 달의 여신 다이아나를 사랑했다. 그러나 다이아나는 언제나 박카스에게 냉담했고 이에 화가 난 박카스는 어느 날 다이아나 신전 앞에서 이런 저주를 퍼부었다. "지금부터 이곳에 제일 먼저 나타나는 사람을 호랑이에게 잡아 먹히게 하고 말 것이다!" 때마침 그곳엔 다이아나의 신전에 참배를 마치고 돌아가던 아름다운 한 소녀가 지나갔고 박카스 신이 사주한 호랑이는 예리한 발톱을 번쩍이며 소녀를 향해 덤벼들었다. 순간 당황한 소녀는 큰 소리를 질렀다. 그 비명을 들은 다이아나는 소녀가 곤경에 처한 것을 알게 되었고 최악의 순간을 막기 위해서 소녀를 순수하고 투명한 무색의 돌로 변하게 했다. 눈앞에 돌로 변해있는 소녀의 모습을 보고 잠시 망연해 있던 박카스는 자신의 행동을 깊이 후회하고 소녀를 애도하는 뜻에서 손에 들고 있던 와인을 머리 위에서부터 부었다. 그러자 투명했던 돌이 순식간에 맑은 보랏빛으로 물들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돌로 변하고 만 애처로운 소녀의 이름이 바로 애머시스트였던 것이다. 이 신화는 주신인 박카스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자수정으로 만들어진 컵으로 포도주를 마시면 무도회나 파티에서 재치와 위트를 잃지 않는다거나 자수정을 몸에 지니고 있으면 아무리 술을 많이 마신다 하더라도 취하지 않는다고 믿어왔다.

자수정은 18세기 이전에는 귀족이나 혹은 부자를 상징하는 돌로 대단히 귀한 보석이었다. 자수정이 귀족을 상징했던 이유는 보라색 때문이다. 당시에는 보라색 염료를 조개에서 채취했는데 이 과정이 너무 어렵고 귀했기 때문에 자연히 왕족이나 귀족들만이 보라색 옷을 입을 수 있었고, 당연히 보라색은 귀족을 상징하는 색이 되었던 것이다. 중세 기독교 사회에서는 자수정을 교회의 의전 제기에 많이 사용했고 오래도록 종교의 율법과 금욕을 상징했다. 이런 이유로 자수정은 추기경의 반지에 주로 사용되었고, 지금까지도 신부나 목사의 반지로 쓰이고 있다. 자수정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의학 분야에도 사용되었는데 특히 신경통, 관절염, 신장 강화와 당뇨병 그리고 두통과 편두통에도 큰 효과를 보여주는 보석이라고 한다. 최근 유행인 찜질방이나 사우나에 가면 자수정방이라고 있는데 자수정 원석을 벽에 붙여 거기서 인체에 좋은 기를 받는다. 물론 보석으로 사용하기 적합하지 않은 자수정을 이용하였지만 그 효력은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보석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그 중에 세계 제일의 품질을 자랑하는 보석이 있다. 그것이 바로 자수정이다. 우리나라의 자수정은 내포물이 적고 투명도, 광택, 색상 등이 뛰어나기 때문에 좋은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예전에는 프랑스나 우랄 산맥에서 좋은 자수정이 많이 산출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산출이 거의 끊어졌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등지에서 산출되는 것이 진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외에 자수정의 산지로는 우루과이, 시베리아, 브라질, 인도, 스리랑카 등이 있다.

최우현(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금속장신구 디자인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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