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달 밝은 밤에 관영 중앙TV(CCTV)신사옥 부속건물인 문화센터빌딩에 화재가 발생했다. 오후 8시 27분에 발화된 불은 현장을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시커먼 연기가 소나기구름처럼 베이징의 동쪽 하늘을 덮었고, 폭발로 풍비박산 난 유리 조각들이 사방으로 난무했다. 때마침 맞은 편 건물의 회계사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재키(Jakcy)가 발화상황을 목격했다. 오후 8시 무렵 CCTV신사옥과 부속건물 사이의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불꽃놀이를 하고 있었고, 재키를 비롯한 동료 몇 명이 유리창을 통해 이를 구경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쏘아진 불꽃이 하늘 높이 치솟아 CCTV청사를 덮었다. 유리로 만든 벽면의 효과 때문에 장관이 연출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환호성을 울리며 좋아했다. 바로 그때 동료 한 사람이 문화센터빌딩의 옥상에서 불이 난 것을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 우르르 창문으로 몰려간 사람들, 옥상에서 발화한 불이 마치 사다리를 타듯 한층한층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서 밑바닥까지 내려온 불덩이는 건물 전체를 삼켰고, 폭발이 시작되었다. 화재현장에서 폭발음이 들렸지만 원소절(元宵節·정월대보름)의 일상적인 폭죽소리라고 여기고 관심 두지 않던 사람들이 CCTV신청사 주변에 몰려들었다. 바로 그 시각 CCTV신사옥에서는 원소절 축하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장장 6시간 동안이나 맹렬히 타오르던 불길이 새벽 무렵에 겨우 진화되었다. 다음날, 숯덩이로 변한 건물의 모습이 드러났다. 화재감식반의 조사 결과 베이징시의 비준을 받지 않은 불법불꽃놀이가 원인이었다는 잠정 결론이 내려졌다. 소방대원 1명이 순직하고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다. 다음날 CCTV 측은 간단하게 소식을 전하고, 신문을 통해 유감을 표시했다. 화재로 인한 막대한 손실과 주변 시민들에게 교통정체와 생활불편을 끼친 데 대해 사과했다. 부속건물을 전소시킨 책임보다 중국의 체면과 자존심을 태운 데 대한 사과였다.
CCTV신사옥은 현대판 만리장성에 비견되는 중국의 작품이다. 경사, 비틀림 등 건축계가 당면한 난제들을 극복한 현대기술의 정수라고 자화자찬하던 건물이다. 타임스도 '세계 10대 건축 프로젝트'라고 주목한 바 있다. 비스듬히 쓰러질 듯 올라가다가 다시 맞붙는 'Z'자 형의 건물, 54층(234m)의 높이에 사용된 강철의 양만 해도 14만t이 넘는다. 올림픽 주경기장이었던 '새둥지'에 사용된 철강의 세배다.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건축거장 렘콜하스 및 건축가 올레스히렌 등이 설계를 맡았다. 50억위안을 상회하는 건설비 때문에 절약을 제창하던 중국 사회에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를 정도였다. 그런 CCTV사옥의 부속건물인 문화센터빌딩, 지상 30층 지하 3층 규모의 건물이 불꽃놀이 한 번에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새둥지로 만든 올림픽 주경기장과 물방울 모양 벽으로 만들어진 만든 수영장, 그리고 횃대를 상징하는 CCTV신사옥은 중국인들이 공유하는 중국의 미래였다. 중국 땅이 닭의 모양을 닮았다고 생각하는 중국인들에게 CCTV의 훼손은 횃대의 붕괴를 의미한다. 세상을 향해 "꼬끼오"를 외치려고 만든 횃대가 무너진 것이다.
만사가 그렇듯이 폭풍우가 지나고 나면 잔해가 많다. 말도 많다. 일부 목격자 중에서는 CCTV신사옥 화재가 마치 9·11테러 때 세계무역센터 붕괴 장면을 연상하게 했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고, 촛불이 타는 것과 같았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붕괴된 세계무역센터와 붕괴되지 않은 CCTV부속건물을 비교하면서 양자의 차이를 분석한다. 칭화대학의 건축공학전공의 한 교수는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된 것은 충격 때문이 아니라 고온으로 강철구조가 변형되어 상부의 하중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고, 불탄 CCTV부속건물이 붕괴되지 않은 것은 철강콘크리트 합성구조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다른 이는 건축물 내부장식의 소재를 거론하기도 한다. 외벽에 유리를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인 것은 경험을 통해 배우는 학습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남의 일이 아닌 화재참사, 주의하고 또 주의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이지만 불구경에 실속 챙기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향후 중국의 건축에서 철골유리구조가 줄어들 것이고, 내부마감재, 장식재에 내열재료가 의무화될 것은 분명하다. 방화도료, 내열재, 방화섬유 분야의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 때이다. 졸고 있는 대구3공단, 이현공단, 성서공단, 논공공단, 이시아폴리스, 밀라노프로젝트를 깨워 박차를 가할 적기(適期)이다.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