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풍어제 올리며 용왕님께 제사

나의 유년 시절, 어촌의 정월대보름은 정말 큰 명절이었다.

전국의 이름난 무속인들을 죄다 모아 놓고선 그날 하루만큼은 모든 배가 항해를 하지 않고 용왕님께 제를 올리는데 대단하고 한번은 구경할 만했다. 배 선주와 선장은 3일을 꼬박 얼음물에 새벽 목욕재계를 하고, 제수용품과 제 지낼 준비에 집안 아낙네와 여자 아이들과는 눈도 한번 마주치지 못하고 행여 어기면 부정 탄다고 아예 산 속에 움막을 짓고 은둔 생활을 했다. 배타는 일이라 1년의 무사고와 만선을 기원하는 '풍어제'를 올리고 새벽부터 시작하는 제들은 달이 뜨기까지 몇 번의 제를 올리던 기억이 난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오빠, 언니를 따라 풍어제 구경에 나섰고 제 하나씩 끝나기가 무섭게 나눠주는 음식을 배급받느라 손발이 시려도 참아냈던 추억도 새록새록하다.

이제 뭍으로 시집와 20년이 다 되어 가도 옛 정겨움 넘치는 고향의 풍어제 풍습을 아직도 기억하지만 지금도 그대로 유지한다고 들었다. 올해는 이 무렵 엄마 생신도 끼였고, 아직까지 뱃일을 하시는 큰오빠를 생각하면 기필코 친정 나들이를 한번 꼭 할 셈이다. 시어른 모신다고 핑계도 댔지만, 멀기도 한 친정을 외면 아닌 외면을 하다 보니, 어느덧 세월이 흘러 강산이 두 번이나 변했다.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힘들다고 아우성을 치니 힘내고 잘 참고 견디시라고 신통하고 방통한 우리 고향 용왕님과 달님께 소원 한번 빌어 보련다.

울진 바다 용왕님! 크고 밝은 붉은 달님! 부디 행복과 용기, 믿음 주소서.

김정옥(대구 달서구 신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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