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정월 대보름날 태어나 보름이가 된 엄마

나에게 보름은 나와 1촌이며 매일 볼 수 있어 위대하고 존경스럽고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소중한 존재이다. 우리 엄마는 성은 연이요, 이름은 보름이시다. 엄마는 음력 1월 15일 대보름날 딸이 많은 집안에서 태어났고 이름은 별 뜻 없이 태어난 날이라 하여 집안 어르신께서 지어 주신 이름인 듯하다. 특이해서 절대 잊어버리지도, 잊을 수도 없는 생일날과 성함이다. 정감 가고 예쁜 이름이라 나는 마음에 들지만 어머니는 마음에 안 들어 하신다.

그래도 이름이 같은 뜻의 날로 '오기'나 한자어의 '상원'으로 지어질 뻔했지만 외할머니께서 극구 말려 그나마, 보름으로 지어졌다.

우리 집은 아침 일찍 호두를 입에 하나씩 깨물고 둘러앉아 폭죽을 터트리고 케이크를 자르고 노래를 부른다. 9가지 나물, 오곡밥과 미역국의 조합은 또한 기가 막힌다. 그래서 보름날 아침은 상이 푸짐하고 기분 또한 좋은 하루로 시작된다.

우리 동네는 주택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저녁에 소원 빌러 옥상에 올라가면 앞집, 뒷집 할 것 없이 이웃사촌들이 커다란 보름달을 보며 정성스레 두 손을 비비며 소원을 비는 모습을 매년 본다. 그리고 서로서로 소원을 잘 빌었냐며 묻곤 궁금증을 안고 각자의 집으로 들어간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참 정겹고 따스함이 느껴져서 나는 보름날이 너무 좋고 기다려진다.

올해도 보름 전날 저녁에 떡 케이크와 작년과 또 다른 소원을 준비해 볼 생각에 벌써 설렌다.

강민정(대구 남구 봉덕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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