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큰 고비 넘긴 소나무 재선충병

소나무 재선충병이 한고비를 넘었다고 한다. 전국으로 세를 넓혀온 '소나무 에이즈'가 국내 발병 20년 만에 드디어 고개 숙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재선충병 확산을 걱정해온 국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산림당국의 노력이 엿보인다.

사실 재선충병은 1988년 처음 국내 감염이 확인되고 한참 지날 때까지도 대부분 국민들에겐 낯선 질병이었다. 1905년 일본, 1934년 미국 루이지애나 발병 전례가 있다지만, 1980년대 전까지만 해도 그 외 나라 감염 소식 또한 듣지 못하던 바였다.

하지만 사정은 그 후 완전히 달라져, 1982년 중국 난징에서 재선충병이 발견되고 1985년엔 타이완과 캐나다 온타리오 지역도 감염됐다. 급기야 1988년엔 우리나라까지 덮쳤으며, 그 10여 년 만에 경남 지역으로 확산되더니, 2001년엔 경북'전남, 2005년엔 강원도까지 더 넓게 번졌다. 작년 말 현재 감염 지역이 11개 시'도 54개 시'군'구에 이를 정도다.

대구'경북 경우 2001년 구미 지역을 필두로 2003년 칠곡, 2004년 포항'경주, 2005년 대구'영천'청도'안동 등이 병의 권역에 들어갔고, 지난해엔 상주까지 번졌다. "이제 소나무 씨가 마를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던 재선충병 확산세가 처음 숙진 것은 2006년이었다. 베어낸 감염 소나무(전국) 숫자가 2000년 2만8천여 그루, 2001년 7만여 그루, 2002년 15만여 그루, 2004년 20만여 그루, 2005년 56만여 그루로 급증하다 그해 처음 41만여 그루로 줄어든 것이다. 감염 면적 또한 2000년 1천700여㏊, 2004년 5천여㏊, 2006년 7천800여㏊ 등으로 늘다가 2007년 처음 6천800여㏊로 줄었다. 작년에는 베어낸 소나무 10만여 그루, 감염 면적 6천여㏊로 상황이 더 호전됐음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에 산림당국은 지난 11일 발원지인 부산에서 행사를 열고 '앞으로 5년 내 재선충 완전 박멸'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자체 개발한 방제 시스템을 확신하게 됐다는 얘기일 것이다. 지금까지 세계 9개국이 이 병에 감염됐으나 제대로 퇴치 중인 것은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얘기가 듣기 좋다. 1999년 뒤늦게 병이 전파된 포르투갈에 우리가 개발한 방제 시스템을 수출할 것이라는 소식도 신명난다. 한국의 상징목같이 돼 있는 소나무에 더 이상 문제가 안 생기도록 마지막 한 그루까지도 완벽히 대응해 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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