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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캠퍼스 졸업식 '만학도 열전'

▲ (사진 위로부터)장재후씨, 김경림씨.
▲ (사진 위로부터)장재후씨, 김경림씨.

오는 20일 영남대 학사모를 쓰는 장재후(62·건축학부·사진)씨는 40여년 만에 대학을 졸업한다. 그가 당시 입학한 대학은 영남대가 아니다. 장씨는 1965년 청구대 건축공학과에 입학했었다. 학교가 영남대로 간판을 바꿔 달았기 때문이다.

장씨가 40여년 만에 졸업하게 된 사연은 길다. 1969년 당시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그는 군에 입대했다. 하지만 장교로 복무하다 보니 그 기간이 11년으로 길어지면서 제때 등록을 하지 못해 학교에서 제적당했다. 이후 장씨는 국내 한 건설회사에 취직했고 중동에서 수십 년간 일하다 몇 년 전 귀국했다.

그는 "학사모를 꼭 써봐야 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아들뻘 젊은이들과 함께 수업을 받는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고민을 거듭하다 장씨는 지난해 여름 용기를 냈다. 이름이 바뀐 모교에 재입학해 남은 한 학기를 채우고 그리던 학사모를 쓰게 된 것이다. 장씨는 "감개무량하다"며 "이왕 시작한 공부니 올 3월 대학원에 진학해 그동안 건설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살리고 싶다"고 했다.

계명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는 김경림(50·여)씨는 17일 열리는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졸업장을 받는다. 4천여명의 졸업생 가운데 수석 졸업이다. 전 학년 평균 평점 4.5점 만점, 전 과목 'A+'라는 경이적인 성적이다. 김씨는 또 2006년에 대학에 입학해 3년 만에 조기 졸업한다.

김씨는 1979년 지역의 한 여자상업고교를 졸업한 뒤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대학 진학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에겐 27년 동안 대학 공부가 한(恨)이었다. 꿈에 그리던 대학생이 되자 공부벌레가 됐다. 나이 먹어 쇠퇴해진 기억력을 밤샘 공부로 보충했다. 사흘 밤낮을 공부한 적도 있다. 전 과목 'A+' 행진을 하던 김씨의 성적표에 'A0' 하나가 찍혔다. 옥에 티라고 생각한 그는 기어이 그 과목을 재수강했고 'A+'를 받아냈다. 김씨의 '공부 늦바람'도 무섭다. 그 역시 대학원 진학을 추진하고 있다.

김씨는 계명대가 매년 수석 졸업생에게 수여하는 비사 최우수상을 졸업식장에서 받는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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