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폐색전증을 아시나요?

폐색전증은 다리 부위 정맥의 혈전이 떨어져 폐동맥을 막아 발생하는 질환으로, 심하면 숨질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예방하고 빨리 증상을 파악해 치료받는 게 좋다.
폐색전증은 다리 부위 정맥의 혈전이 떨어져 폐동맥을 막아 발생하는 질환으로, 심하면 숨질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예방하고 빨리 증상을 파악해 치료받는 게 좋다.

폐색전(肺塞栓)증은 다소 생소한 이름의 질병이다. 이름으로 봐선 '폐'와 관련된 것 같긴 하지만 선뜻 어떤 질병인지 와 닿지 않는다. 그렇다고 극소수에 발생하는 희귀병도 아니다. 세계적으로 연간 수백만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게다가 이 중 15% 정도가 사망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널리 알려진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도 폐색전을 발생시키는 하나의 원인 질병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폐색전증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예방·치료하면 될까.

◆폐색전증이란

폐색전증이란 골반 부위의 정맥에 있던 큰 혈전(혈관 안에서 혈액이 부분적으로 응고된 것)의 일부가 떨어져 나와 혈류를 타고 폐로 이동해 폐동맥을 부분 또는 완전히 막아 발생하는 질환이다. 막힌 동맥이 작은 경우엔 폐색전증 증상이 가볍게 나타나지만 큰 동맥이 막히면 사망 등 심각한 증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드물지만 작은 혈전들이 수개월~수년에 걸쳐 폐의 많은 작은 동맥들을 막기도 하는데 이를 재발성 또는 만성 폐색전증이라고 한다.

◆원인과 증상

폐색전증의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번째는 수술 등으로 혈류가 느려지거나 정체됐을 때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분만, 수술(골절 수복 및 골반 수술 등), 질병에 따른 입원 등 오랫동안 누워있는 경우, 장거리 여행 등 좁은 좌석에 오랫동안 움직임 없이 앉아 있을 경우 심부정맥혈전증(혈액이 굳어서 혈관을 막는 질환)이 발생하면서 주로 나타난다.

두번째는 흡연 및 복합 경구용 피임제 복용, 유전적으로 혈액 응고기능이 항진돼 있는 경우 심부정맥 혈전증의 발병 위험이 증가해 폐색전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정맥의 외상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 폐색전증의 증상으로는 호흡 곤란, 빠른 호흡(호흡 횟수가 분당 20회 이상)이 가장 흔하고, 가슴 통증(흉통)이나 빠른 맥박(빈맥·맥박이 분당 100회 이상), 기침, 객혈 등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진단 방법

폐색전증은 혈액이나 심전도 검사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폐색전증 질환을 앓을 경우 혈액 검사 중 '디-다이머(D-dimer)' 수치가 기준치보다 높게 나오고 동맥혈 검사에서도 이상 소견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심전도 검사에선 빈맥이 나타날 수 있고, 가끔 'S1Q3T3'이라는 특이한 파형 패턴을 보이기도 한다. 이 경우 흉부 전산화 단층 촬영(CT)이나 심장 초음파 검사로 확진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도 확인되지 않을 경우엔 혈관 촬영이나 핵의학 검사가 도움이 되고, 다리의 정맥 부위를 초음파 검사해 심부정맥혈전(다리 깊은 곳의 정맥에 있는 혈전)증이 있는지 확인한다.

◆치료법

폐색전증 증상이 심하고 저혈압 등 심각한 심인성 쇼크가 나타나면 응급으로 혈전용해제를 투여해 폐동맥의 혈전을 녹인다. 그러나 혈전용해제의 경우 출혈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출혈 위험이 큰 환자는 수술로 혈전을 제거한 뒤 헤파린이라는 혈전방지제 치료를 해야 한다. 또 재발을 막기 위해선 6개월 이상 와파린이라는 약물을 투여해야 하는데 정기적인 혈액 검사를 통해 와파린 사용량을 조절해 적절한 농도를 유지해야 한다. 출혈 위험이 있거나 재발이 잦은 환자의 경우엔 다리에서 폐로 연결된 대정맥에 그물망을 씌워 다리에서 발생한 혈전이 심장과 폐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치료를 하기도 한다. 출혈 등 고위험군이 아닌 경우엔 치료제인 헤파린 및 와파린으로 치료하는 게 보통이다.

◆예방법

폐색전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심부정맥혈전증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것을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장시간 비행하는 국제선 비행기에 탑승했을 땐 중간 중간 비행기 통로를 걷거나 다리를 굽혔다 폈다 하는 등 심부정맥혈전증을 막을 수 있는 운동을 자주 해 주는 게 좋다. 또 폐색전증 위험이 큰 중환자실 입원이나 암 수술, 또 정형외과 수술 중 무릎, 엉덩이 등 고위험 수술 시엔 저용량의 헤파린 치료를 하면 폐색전 방지에 효과적이다. 이와 함께 다리정맥에 피가 고이지 않고 잘 흐르도록 혈관을 좁혀주는 치료용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유성근 영남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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