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링컨의 유산

'큰 양동이의 쓴 국물보다 한 방울의 벌꿀이 더 많은 파리를 잡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링컨이 즐겨 써먹던 서양 속담이다. 상대를 설득하려면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고, 상대를 이해시키는 데 부드럽고 친절한 태도보다 더 나은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이해와 관용이 소통의 지름길이라고 믿었던 링컨도 젊은 시절 어처구니없는 오류를 여러 차례 범했다.

1842년 변호사 시절 링컨의 이야기다. 링컨은 제임스 실즈라는 아일랜드 출신 정치인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신문에 익명의 풍자문까지 써보냈다. 자존심이 센 실즈는 투고자가 링컨임을 알아내고 결투를 신청했다. 결투 직전 쌍방의 입회인이 끼어들어 다툼은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이 사건은 링컨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고 귀중한 교훈을 주었다. 두 번 다시 타인을 무시하거나 조롱하지 않았다. 훗날 야당 의원이 '두 얼굴의 이중인격자'라며 비난을 퍼붓자 "만약 내게 두 얼굴이 있다면 이런 중요한 자리에 하필 이 얼굴을 가지고 나왔겠소"라고 대꾸하는 경지에 이른다.

'용산 이메일'이 불거지면서 정국이 또 술렁이고 있다. 야당은 '호재'라며 벼르고 있다. 일개 행정관의 소행이라지만 누가 봐도 청와대 분위기가 반영된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만날 '경제' '입법 속도전' '위기'만 외치다 보니 이런 조바심이 청와대 안팎에 퍼져 엉뚱한 사고가 난 것이다. 만약 링컨이 승전만 외쳐대고 북군 그랜트 장군을 닦달했다면 어찌 됐을까. 정적마저 설득하는 인간미와 유머가 없었다면 남북전쟁의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미국인들이 링컨을 존경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한 대통령이 없었고, 남북전쟁이라는 국가적 난제가 있었고, 고난과 역경을 인간미로 슬기롭게 헤쳐나간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순간순간 어려운 정치적 결단을 해야 했던 대통령으로서 그를 지탱해준 것은 바로 인간 링컨을 받아준 세상이었다. 고매한 인격과 지식, 위대한 포용의 리더십을 세상이 알아준 것이다. 이런 링컨과 그의 유산을 후대가 높이 평가하기에 200번째 생일도 잊지 않고 기념하는 것이다.

우리 정치도 마찬가지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어떤 정책 방향이나 성과가 아니라 국민의 마음과 이해를 먼저 얻는 것이다. 링컨은 가르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진정한 힘은 가장 기본적인 데서 나온다고. 내가 상대를 이해하고 상대가 나를 알아주는 것이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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