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이모(12)군은 성격이 모나지 않지만 새 학기마다 항상 친구 사귀는 게 어렵다. 다른 학생과 이야기할 때 그 학생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소심한 성격이 문제다. 그렇다 보니 같은 반 친구들 사이에 있어도 왠지 소외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당연히 친하고 싶은 친구가 있어도 다가가지 못해 애만 태우기 일쑤다.
새로운 선생님, 급우, 교실환경 등 새 학기엔 모든 게 낯설다. 공부도 공부지만 그에 못지 않게 친구 관계가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 중 하나다. 특히 요즘 들어선 교내 집단 따돌림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터여서 학부모들은 '내 아이도 혹시?'하는 걱정을 떨칠 수가 없다.
◆친구 잘 사귀려면
보통 새 학기 초에는 학생들 사이에 '탐색전'이 벌어진다. 친구들을 통해 같은 반에 편성된 학생들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는가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친구를 사귀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 일반적으로 성격이 둥글둥글하고 활달하다면 친구를 사귀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하지만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소극적인 학생들은 친구 사귀기에 애를 먹는다. 이 때문에 자칫 외로움이나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초등학생은 아무래도 자기 주도적인 행동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 저학년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교사와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담임교사들은 새 학기에 서먹한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학생들이 스스로를 소개할 수 있는 게임을 많이 시도하는 편이다. 대구 범일초교 이진미 교사는 "게임을 통해 서로 웃고 즐기다 보면 소극적인 학생들도 자신을 조금씩 드러낸다"며 "그런 학생들을 중심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단계를 조금씩 강화하면 금세 교실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엄마가 바뀌면 아이가 바뀐다'는 말이 있듯이 엄마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 우선 엄마들은 가정에서 아이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는 습관이 필요하다. 요즘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칭찬을 잘 안 하는 편인데 그런 것들은 학교 생활에도 큰 영향을 준다는 것. 이 교사는 "집에서 인정받는다고 느껴야 학교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교우 관계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했다.
어느 정도 자신의 행동을 인지할 수 있는 중학생 이상이 되면 친구를 잘 사귀기 위해 약간의 '기술'이 필요하다. 첫째, 표정을 밝게 하면서 이야기할 때 적절하게 눈을 마주치는 연습을 하면 좋다. 달성정보고 김은영 전문상담교사는 "약 10초 동안 인중과 미간을 보면서 얼굴을 보는 식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것이 좋다"며 "남을 바라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으면 뚫어지게 쳐다보거나 아예 마주보질 못해 오해를 살 수도 있다"고 했다.
둘째, 자기 주장을 펼 때는 '네가…'라고 말하기보다 '내가…'로 말문을 열자. 이렇게 표현하면 남을 비난하는 어투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두마디 할 때마다 손 동작을 적절히 쓰면 감정이입이 잘돼 친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김 교사는 "이런 행동들을 거울을 보면서 연습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학교폭력 대처는?
새 학기 친구 사귀기는 학교폭력에 비하면 대수롭지 않은 문제일 수 있다. 폭행과 금품갈취, 집단괴롭힘이나 따돌림, 성폭력 등 다양한 학교폭력은 학생과 학부모들을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바이러스'다. 특히 집단따돌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무척 강하다. 혹시 '내가?' '내 아이가?' 하는 공포는 새 학기가 되면 심해진다. 학교폭력예방센터(1566-0819)에 따르면 새 학기에 학교폭력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의 월별 상담 건수(2007년 기준)를 보면 학기 초인 3월엔 200건이나 됐다가 여름방학인 8월에 78건으로 줄었다가 다시 2학기 개학인 9월 128건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학교폭력예방센터 김건찬 사무총장은 "새 학기 때는 교사들이 학생들의 개별 인성을 파악하지 못하는데다 학생들 사이에 힘을 바탕으로 하는 '서열 매기기'가 시작되면서 학교폭력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엔 학교폭력이 고등학교에서 많이 생겼다면 요즘은 중학교와 초등학교에서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학교폭력은 무엇보다 예방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선 학교에서 새 학기를 맞아 예방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김 사무총장은 "단순히 동영상을 보여주는 이론교육으론 학생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한다"며 "다양한 게임과 실험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생들이 즐기면서 배울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부모 입장에선 자녀가 소극적이고 조용한 성격이라면 관심을 갖고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학교폭력예방센터 등 여러 단체들이 운영하는 학교폭력에 대한 학부모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 사무총장은 "대다수 학생들은 보복이 두렵고 해결이 힘들다고 생각해 부모에게 말을 잘 하지 않는다"며 "평소 부모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고 했다.
만약 자녀가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가장 먼저 교사에게 상담을 신청해야 한다. 교사를 통해 가해 학생에게 진정한 사과를 받도록 하고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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