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요동치는 한반도와 힐러리의 방한

한반도 군사적 충돌 긴장 고조, 막 출범한 오바마 정부에 부담

글로벌 경제 한파가 매섭게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도 임박한 듯한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어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군이 지난달 17일 총참모부 성명 발표 이후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중심으로 전투준비 태세를 강화해 NLL에선 언제든지 도발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우주개발은 우리의 자주적 권리이며 현실 발전의 요구"라고 말해 장거리미사일 발사도 곧 이뤄질 것으로 예견된다. 북한은 지난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 때도 '광명성 1호'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2월 19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한국 방문 등 한반도를 둘러싼 긴박한 일정들이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 미국 모두 외교정책의 가장 큰 난제가 북한 문제가 될 것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는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클린턴 장관의 첫 아시아 방문은 세계적인 경제위기 대처문제에 초점이 맞춰지겠지만 이에 맞춰 북한의 대남 비방 및 군사적 공세 강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움직임 등으로 북한 문제가 국제적인 관심사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전형적으로 언술 차원의 경고 다음 조치로 무력시위를 벌여 왔다. 과거 미사일 시험 발사의 강행은 북한 내 강경세력의 '인내의 한계'를 보여주는 잣대였다. 북한은 지지부진한 대미 관계의 돌파구 모색, 국내정치적 위상 제고 등 다목적 용도로 미사일 시험 발사를 활용해 왔다. 지금도 이전 상황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북한이 다시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 내부 사정에 주목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국내 논의 가운데 아쉬운 대목이 북한의 도발을 기정사실화하면서도 그 예방적 노력, 또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채 무책임하고, 피상적이며 상투적인 진단이 넘쳐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한반도에서의 대책 없는 긴장 고조는 이제 막 출범한 오바마 정부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일이다. 북한 문제가 정치적 공세의 빌미가 되어 경제살리기에 역풍으로 작용하기를 원치 않아서다. 클린턴 국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뉴욕 아시아소사이어티 초청연설을 통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동북아 안정을 위협하는 가장 중대한 도전"이라며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할 준비가 진정으로 돼있다면 오바마 행정부는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고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영구적인 평화조약으로 대체할 용의가 있다"며 서둘러 당근을 제시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이미 북한 문제는 오바마 정부에 적지 않은 도전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무관심 전략은 북한의 적대감을 심화시키면서 핵과 미사일 개발에 시간을 벌게 해 주어 궁극적으로 북한의 강성대국론에 힘을 실어주며, 한국과 우방의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으며, 군사적 대응은 오히려 김정일 체제의 공고화를 도우며, 한반도의 분쟁확산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대북 강경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일본과 한국과의 공조 체계를 구축하는 일도 쉽지 않다고 인식한다. 더구나 북한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서는 핵보유국으로서 양자가 군축회담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이런 접근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 기간 중 차별화된 전략으로 내세웠던 북미 양자회담을 통한 문제해결도 어렵게 된 셈이다.

그러면서 전직 관료급 고위인사를 대북정책 특사로 임명해 대북정책을 총괄하고 북한 최고위층을 직접 설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물급 고위인사를 대북특사로 임명해 북한의 김정일 지도자와 일상적으로 소통하는 실세와 협상하도록 해야 북한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정책을 총괄할 특사로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미대사가 확실시되고 있다. 적어도 북한과의 대화 국면이 지속되면 최소한 북한의 미사일 추가발사나 대남 도발 등 돌출행동을 제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클린턴 국무장관의 한국 방문 결과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나, 한반도 정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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