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17일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소식에 여야 구분없이 한목소리로 애도했다. 정치권은 또 이날 저녁부터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명동성당을 방문해 조문했다. 특히 용산참사와 남북문제, 쟁점 법안 등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충돌을 빚던 정치권은 고인의 선종 소식에 충돌을 삼가며 종교를 초월해 소외계층을 감싸 안고 민주화에도 공헌한 김 추기경의 치적을 기렸다.
◆한나라당=박희태 대표는 "종교계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지도자이시며, 국민을 가장 사랑한 국민의 위대한 친구가 떠나서 매우 슬프다"며 애도를 표했다.
국회 가톨릭신자의원모임 회장인 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은 "우리 민족의 정신적 지주이신 김 추기경을 잃은 것은 온 국민의 슬픔이고 손실"이라며 "추기경님은 국가가 어려울 때 항상 약자 편에서 기도하고 국가를 위해 말씀하신 것을 국민은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여옥 의원은 지난 1983년 우연히 프랑스 파리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던 인연을 소개한 뒤 "김 추기경은 청빈하지만 막히지 않았고, 화합했지만 사람들하고 들떠 계시지 않았다"며 "사회의 균형추로서 늘 중심이셨다"고 떠올렸다.
조윤선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오늘 우리는 큰 별을 잃었다"며 "김 추기경께서는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나아갈 방향을 일러주시고, 국민이 힘들어할 때마다 어루만져 주시고, 용기를 북돋워주시던 나라의 어른이셨다"고 추모했다. 조 대변인은 이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권을 위해 몸바친 추기경의 용기와 노력으로 오늘의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다"면서 "김 추기경께서는 고비고비마다 세상의 이치와 시대정신을 지켜온 진정한 원로로서 선종 이후에도 김 추기경께서 남기신 정신적 유산은 길이 빛날 것"이라며 명복을 빌었다.
◆민주당=정세균 대표는 "김 추기경은 우리 현대사의 큰 별이었고, 어두웠던 시절에는 빛이었고, 그분의 삶은 사랑이었다"며 "하느님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17대 당시 국회 가톨릭신자의원모임 회장이었던 문희상 국회부의장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비통한 심정이다"며 "늘 사회 정의와 사회적 약자에 대해 따뜻한 관용의 말씀을 하시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애도를 표했다. 문 부의장은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당시 합동수사본부로 연행돼 고문을 받는 과정에서 가톨릭 신부로부터 화장실 물을 이용해 영세를 받고 개종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김 추기경은 저를 만날 때마다 감옥 안에서 화장실 물로 영세받았던 사실을 잊지 않고 말씀하시곤 했었다"고 회상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국 최초의 추기경으로서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큰 역할을 해오셨고 소외된 이들의 따뜻한 벗을 자처하셨다"며 "살아있는 양심의 대변자인 김 추기경의 고귀한 뜻을 이어받아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세상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정식 원내대변인도 "김 추기경은 1970, 80년대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정의의 편에 서려고 했다"며 "우리 시대의 양심이자 나라의 큰 어른이신데,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깝다"고 애도를 표했다.
◆선진당·민노당=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깊은 신앙과 삶의 철학, 사회와 나라에 대한 통찰과 따뜻한 사랑은 누구와도 견줄 수 없었다. 이러한 위대한 영혼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라며 "신앙의 울타리를 넘어 국민과 나라의 안전, 미래를 걱정했고 나라를 위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으셨다. 그의 말씀은 바른 길을 가리키는 등불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영 대변인은 "하늘나라에 가셔서도 우리 대한민국을 위한 수호천사가 되어 주실 것을 간절히 청해봅니다"라고 애도했다.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당도 애도의 물결에 동참했다. 민노당 박승흡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의 영욕을 함께해 오며 이 땅의 가난하고 헐벗은 민중의 신산고초를 같이 겪어온 이 땅의 큰 어르신"이라며 "김 추기경의 선종을 노동자와 농민,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애도한다"고 말했다.
창조한국당 김석수 대변인도 "김 추기경은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과 함께하며 가난한 자, 약한 자 편에서 하느님의 의를 확립하고자 한평생을 바친 양심적 신앙인이자 우리 사회의 지표로서 존경받는 원로"라며 슬퍼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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