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천주교회 최초의 추기경이자 한국 사회의 정신적 지주였던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이 16일 오후 6시 12분쯤 강남성모병원에서 선종(善終)했다. 향년 87세.
김 추기경께서는 마지막 순간 교구청 관계자들과 의료진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남기셨다. 심한 폐렴증세로 호흡이 곤란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기를 거부했다. 하늘의 뜻에 따르겠다는 말씀이었다.
평생 어려운 자리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았지만 김 추기경은 유머감각을 잃지 않았다. 그와 마주 앉아 이야기 나눴던 사람들은 그 따뜻한 모습에 놀라곤 했다. 추기경은 작고 가냘픈 몸이었지만 군부의 총칼 앞에 맞서기를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가난하고 힘든 자, 쫓기는 자와 병든 자들은 그의 품안에서 평화와 안식을 구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측은 정진석 추기경을 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구성, 서울대교구장으로 5일장을 치르고 장지는 용인의 성직자 묘역에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6일 밤 명동성당으로 운구된 김 추기경의 시신은 빈소인 명동 성당 대성전에 안치돼 조문객을 맞는다. 교황 선종때와 마찬가지로 조문객들은 유리관 안에 안치된 추기경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다.
김 추기경은 1922년 5월 대구 남산동에서 독실한 천주교 집안의 5남 3녀 중 막내로 출생, 1951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1966년 초대 마산교구장을 거쳐 1968년 대주교로 승품한 뒤 서울대교구장에 올랐으며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한국인 최초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이때 그의 나이 47세였다. 당시 추기경 중 최연소였다. 고인은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아시아 천주교 주교회의 구성 준비위원장 등을 역임한 뒤 1998년 정년(76세)을 넘기면서 서울대교구장에서 은퇴했다.
김 추기경께서는 세상을 떠나기 전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다. 그 뜻에 따라 강남성모병원에서 16일 선종 직후 안구 적출 수술했다. 안구 이식을 위해서는 각막내피 세포가 온전한지, 감염질환은 없는지 등에 대한 정밀 검사를 거쳐야 한다. 안과 김만수 교수는 "특별한 감염 질환이 없고, 내피세포가 온전하다면 이식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추기경을 추모하기 위한 대구·경북지역 분향소는 계산성당(053-254-2300)을 비롯해 군위성당(054-382-8980), 김천 황금성당(054-433-3880)에 설치되며 조문은 17일 오전 11시부터 가능하다. 사망 미사는 17∼19일 오전 11시 30분, 오후 3시, 7시에 계산성당에서 열린다.
한편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에게 보낸 전보에서 김 추기경의 선종으로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애도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를 비롯한 방송사들도 김 추기경의 선종을 애도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긴급 편성했다. KBS 1TV는 20일 오전 10시부터 명동성당에서 열릴 예정인 김 추기경의 장례 미사를 생중계할 예정이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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