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를 대표하던 김수환 추기경이 16일 눈을 감았다. 이를 두고 선종(善終)이라 했지만 외신들은 말 그대로 죽음을 의미하는 'die'나 'pass away' 정도로 표현했을 뿐이다. 반면 동아시아 한자 문화권에서는 선종처럼 죽음을 이르는 말이 무척 다양하다. 죽은 사람의 종교나 신분 등에 따라 다르게 쓴다.
선종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나타난 문헌은 장자(莊子) 내편(內篇)의 대종사(大宗師) 부문이다. 중국 고대의 대사상가였던 장자는 대지가 지닌 생명력에 감탄하면서 "늙게 함으로써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고 죽음으로써 우리를 쉬게 한다. 그런 까닭으로 자기 삶을 잘 사는 일이 곧 죽음을 잘 맞는 길이다"(故善吾生者, 乃所以善吾死也)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선종과 의미가 비슷한 '선사(善死)'라는 표현이 보이는데 역시 장자에 나오는 부분으로 선종을 의미한 말에 이어 "일찍 죽는 일에도 잘 대처하고 늙는 일에도 잘 대처하며, 시작하는 일에도 잘 대처하고 끝맺는 일에도 잘 대처하면(善始善終) 사람들이 그를 본받게 된다"고 했다. 문맥상 선종이 죽음과 연관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누가,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 말이 동아시아 천주교에서 널리 쓰이게 됐다.
윤회를 믿는 불교에서는 죽음을 뜻하는 말이 한결 다양하다. 반니원(般泥洹)과 반열반(般涅槃)을 줄인 말인 니원(泥洹)과 열반(涅槃), 입적(入寂), 원적(圓寂), 멸도(滅度) 또는 멸(滅), 적멸(寂滅) 등이 모두 죽음을 이르는 말이다. 성직자나 교인의 죽음을 두고 기독교에서는 소천(召天), 선(仙)을 추구하는 도교에서는 선화(仙化)나 승선(昇仙), 등선(登仙), 시해(尸解) 등으로 표현한다.
역사상 신분이나 직업에 따라 죽음을 뜻하는 말도 많았다. 중국 고대 의례를 모은 예기(禮記)의 곡례(曲禮)편에 따르면 천자는 '붕(崩)', 제후는 '훙(薨)', 대부(大夫)는 '졸'(卒)', 사(士)는 '불록(不祿)'이라 하고 일반 백성은 '사(死)'라 했다. TV 사극에 자주 등장하는 임금의 '붕어(崩御)'도 이에 유래한 말이다. 상빈(上賓) 또는 안가(晏駕), 승하(昇遐)도 임금의 죽음을 나타낸 말이다.
예전에만 이처럼 많은 말로 죽음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자주 보이는 별세(別世)와 타계(他界)부터 영면(永眠), 영서(永逝), 서거(逝去), 작고(作故), 잠매(潛寐) 등에 이르기까지 요즈음에도 죽음을 높여 이르는 말들은 여럿이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이낙연 "'줄탄핵·줄기각' 이재명 책임…민주당 사과없이 뭉개는 것 문화돼"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