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들여다 보기] 사랑받던 교양 프로그램 수난 시대

상업성'시청률 의식한 막장 드라마'예능프로 넘치는 현실속

TV와 라디오 속 교양 프로그램들이 수난을 맞고 있다. 불륜과 억지가 판치는 '막장 드라마'와 연예인 신변잡기로 가득한 '예능' 홍수 속에서 '그래도 볼만한 방송'으로 호평받아 왔던 교양 프로그램들이 시청률 지상주의와 긴축경영에 밀려 잇따라 폐지되고 있는 것. 시청자들은 "공영방송마저 상업성에 매몰돼 공공성을 포기하고 있다"고 분개하며 프로그램 폐지 반대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SBS

지난해 말 문화예술 프로그램 '금요컬처클럽'을 폐지해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산 SBS는 10일 시청자 인터뷰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눈길을 모은 '인터뷰 게임'을 또 폐지했다.

지난해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첫 방송된 이후 6월 24일 정규 편성돼 8개월 동안 방송된 '인터뷰 게임'은 시청자가 취재 대상부터 질문이나 자막 내용까지 직접 정하는 이색 교양 프로그램이었다. 모처럼만의 '진정성'을 갖춘 참신한 프로그램이라는 시청자 호평이 이어졌고, 이례적으로 10% 안팎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대중적 인기를 모았던 까닭에 프로그램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인터뷰 게임'의 폐지 배경에는 경기 불황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반적 경기침체 분위기에서 인터뷰 게임 같은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졌다는 것. 그러나 프로그램 홈페이지에는 "경영논리 때문에 아까운 프로그램을 폐지했다"는 네티즌 비난 여론이 여전하다. 이에 대해 SBS 측은 "'잠정 폐지'다. 경기상황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경기가 좋아지면 언제든지 부활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KBS

2001년 5월 첫 방송 이후 8년 만에 'TV, 책을 말하다'를 폐지했다. 디지털 영상시대에서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책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되찾고자 기획된 이 프로그램은 책을 소재로 한 지상파 유일의 방송이었고, 그동안 이윤기 조정래 은희경 신영복 공지영 홍세화 황석영 이청준 이문열 피천득 장보드리아르 파울로 코엘료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국내외 저명 작가들과 250여명의 패널이 출연해 500여권의 책들을 소개하며 독서의 참 의미를 일깨워 왔다.

그러나 지난달 1일 327회 방영 직후 "방송을 종료합니다. 그동안의 지지와 성원에 감사드립니다"는 공지 한 줄로 폐지돼 시청자들과 출판계의 반발을 샀다. 이에 대해 KBS 측은 "방송국 내부적으로 지식인 중심의 독서토론 프로그램으로 치우친 게 아니냐는 반성도 있었고 8년간 쉬지 않고 방송해 활력이 떨어지다 시청률 1%대까지 주저앉았다" 며 "새로운 '책'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잠시 쉬는 것으로 생각해달라"고 해명했다.

▷EBS 라디오

'2009년 전반기 기본 편성표'에 따라 '한영애의 문화 한 페이지', '책으로 만나는 세상', '고전극장'등 문화교양 프로그램들이 대거 폐지 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취자 반발을 사고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벌이는 청취율 조사에서 낮게 나온 교양 프로그램들이 이번 개편에 모조리 폐지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영애의 문화 한 페이지' 청취자들 경우 '폐지 반대 모임'까지 조직해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서고 있는 실정. 청취자들은 "다른 방송에서는 듣기 힘든 문화 프로그램을 EBS에서마저 없애면 문화적 갈증을 해소할 창구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7년간 책'영화'음악 등 문화 전반을 다뤄온 장수 프로그램으로 진행자 한영애는 지난해 한국방송대상 진행자상을 받기도 했다.

폐지 방침이 알려지면서 프로그램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수백건의 항의글이 빗발쳤고 서울연극협회'한국뮤지컬협회 등 문화단체들까지 이 프로그램을 비롯한 교양방송 폐지를 철회해 달라는 공문을 EBS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EBS FM 측은 "이번 개편은 교양프로그램을 죽이자는 취지가 아니라 다른 형태의 교양프로그램들을 새롭게 신설하려는 것"이라며 "섣부른 판단은 유보해달라"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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