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행(三人行)이면 필유아사(必有我師)'라더니 한달 전부터 야생화 한 그루가 나를 가르치는 스승이 되고 있다.
며칠 전 진로 상담을 한 아들의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말. "성적이 그리 좋지 않네요. 자세한 것은 다른 자료를 더 봐야겠지만…, 성적을 더 올려야겠네요." 선생님의 나지막한 말씀 한마디 때문에 아들이 갑자기 낮아보였다. 평소 유머감각이 풍부하고 다정다감한 감성을 지닌 녀석이라 내게 위로와 기쁨을 많이 준 아들이건만 선생님의 아들에 대한 성적 평가는 나 자신은 물론이고 아들까지 초라하게 만들었다.
이 같은 우울한 기분 속에 베란다를 바라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한달 전 화훼단지에서 화분을 샀는데 덤으로 끼워준 이름 모를 풀 한 포기가 있었다. 우중충한 자주색의 달개비처럼 생긴 잎이 두 개 덜렁 달려있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풀이다. 꽃집에 나둬도 팔리지 않을 뿐 아니라 덤으로 준다 해도 그리 달갑지 않을 정도로 보잘 것 없어 보였다. 생명이니 버리기가 죄스러워 화려한 양난 밑에 무성의하게 잡초처럼 심어뒀는데 어느 날 그 소박한 잎 사이로 흰 꽃대가 우산처럼 불쑥 솟아올랐다. 하루가 다르게 피어나 우중충하던 이파리 색깔이 흰 꽃과 조화를 이뤄 마치 왕관처럼 우아하다. 미운 오리새끼가 백조로 변신하는 기적의 현장처럼 화려했다. 모든 사물은 현재 보여지는 것만이 실체의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케 하는 장면이다. 이렇듯 완성을 향한 과정에서는 모자라고 투박하며 왜소할 수 있는데 우리는 그 미완성 부분만 보고 미래를 포함한 전체를 성급하게 단정 짓는 우를 범할 때가 많다.
삐뚤어진 입시문화와 왜곡된 가치기준으로 학교와 사회, 심지어 부모마저도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을 넉넉히 품어주지 못하는 요즈음 꽃이 만개하기 전 왜소한 잎같은 아이들을 보고 서글퍼하며 그들에게 상처를 주는 어리석음을 범할 때가 많다. 그들의 미래는 예측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부모의 사랑과 관심에 의해 무한하게 변화시킬 수도 있는데 말이다.
미국의 동물학자 로젠달은 여름휴가를 떠나기 전 별 의미 없이 실험쥐 200마리 중 50마리에게 다리에 흰색 페인트 칠을 하고 떠났다. 남아있는 조교들이 페인트 칠한 쥐들은 특별한 연구 목적이 있는 줄 알고 상태를 더 자주 점검하며 관심을 보여주었다. 로젠달이 돌아와 보니 그 쥐들이 다른 쥐 보다 발육상태가 더 좋았다. 조교들의 특별한 관심과 점검이 쥐들의 성장점을 자극시킨 것이다.
이 연구처럼 동물뿐 아니라 사람도 단순히 음식물로만 성장하지 않는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환경와 관심, 그리고 부모의 사랑이 함께 자극을 주면 무한 속도로 가능성이 증대된다. 아이들을 현재의 모습으로만 평가하지 말고 백조도 될 수 있고, 왕관도 쓸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너는 특별하다'는 관심과 사랑을 담되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는 혜안이 절실한 요즈음이다.
(053-253-0707, www.gounm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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