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는 낙동강에 오염사고가 터졌을 때 비상용 식수로 청도 운문댐 물을 정수한 병입(甁入) 수돗물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취수원 상류 이전, 대형 저류조 조성 등 낙동강 수질 안전을 확보하는 근원적인 대책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비상 상황에 대비한 식수 공급 체계는 이와 별도로 우선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운문댐 물을 병에 담아 생산하는 계획은 곧바로 이뤄질 수 있다. 두류정수장이 올해 폐쇄됨에 따라 새로 병입 수돗물 생산시설을 설치해야 하는데 장소를 고산정수장으로 결정하면 큰 투자비 없이도 해결된다.
오는 7월 말부터 개정 수도법이 시행돼 병입 수돗물 판매가 허용되지만 일반에 공급하는 수돗물을 추가 정수할 수 없게 규정된 점도 운문댐 물 이용에 관심이 쏠리게 하고 있다. 두류정수장에서는 지난해 350㎖ 병입 수돗물을 단체나 기업체 행사 등에 60만병 공급했지만 낙동강 물을 원수로 해 먹는물로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대구시의회 최문찬 의장은 "낙동강에서 유해물질을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힘든 만큼 생활용수와 먹는물을 구분해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특히 비상시에 대비한 먹는물 생산 및 공급 체계는 하루빨리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범일 대구시장도 지난 11일 시의회에서 "시민들이 먹는물 걱정을 덜 수 있도록 장·단기적으로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에 따르면 순수하게 마시고 밥과 국 등에 사용하는 물은 1인당 4ℓ 정도로 대구시민 250만명이 하루 1만t이면 가능하다. 따라서 고산정수장(정수 규모 1일 30만t)에 하루 3천~5천t 규모의 병입 수돗물 생산시설을 설치하고 보관시설을 갖추면 비상시 식수 공급에 대한 걱정은 덜 수 있게 된다.
현재 병입 수돗물의 생산 원가는 350㎖ 1병당 132.7원(물값은 ℓ당 56전)으로 사실상 포장재 가격이어서 생산 용량을 소형(500㎖), 중형(2ℓ), 대형(18.9ℓ) 등으로 다양화하면 가격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게 된다. 또 진공포장 시설을 갖출 경우 현재 한달도 안 되는 유통기한을 수년까지 늘릴 수 있어 유통은 물론 비상시 대비도 훨씬 쉬워진다.
대구시는 낙동강 취수 원수의 수질 개선과 안전 확보책 마련에 치중하고 있지만 비상시 먹는물 공급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낙동강에 대형 저류조 조성, 고도정수처리 보강, 오염물 배출업소 전처리 강화 등에는 막대한 예산과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고 취수원 이전은 가능성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
대구시 관계자는 "병입 수돗물 생산시설 이전, 판매 허용 등 여건은 좋지만 수돗물을 다시 사먹는 것에 대한 여론이 어떨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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