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인자하시고 지적인 분이셨는데…. 너무 애석합니다."
이우영(77) 경북대 명예교수는 17일 오후 본사 편집국을 찾아 자신이 소중하게 보관해온 사진 2장을 내밀었다.
한 장은 1960년 로마올림픽대회가 끝난 직후 로마에서 이 교수가 김 추기경, 고 이문호(전 경북대 철학과 교수) 박사와 함께 찍은 사진이다. 당시 한국 출신 가톨릭 신자, 신부·수녀 등 유학생 70여명이 로마 비오 12세 별장에 모여 4박 5일간 피정(避靜·일상생활에서 벗어나 묵상과 침묵기도를 하는 종교적 수련)을 했는데 대구에서 뵙던 김 추기경을 이곳에서 다시 만난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다. 당시 김 추기경은 독일 뮌스터 대학에서 사회학을, 이 명예교수는 오스트리아 빈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유학 5년째였던 김 추기경은 초보 유학생들에게 "공부할 때 언어습득도 중요하지만 한국과 기후가 다르니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50년 가까이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김 추기경과 함께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또 다른 한 장은 김 추기경을 비롯해 대구교구 출신 유학생 30여명이 모여 찍은 단체사진이다.
이 명예교수가 김 추기경을 처음 안 것은 1950년대 경북대에 재학하면서 대구가톨릭학생회 회장을 할 때부터다. 당시 고 최덕홍 주교 비서신부를 하고 계시던 김 추기경에게 학생회 자문을 구하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 자상하셨지만 때론 엄격하고 신중했으며 책임감과 학구열이 대단한 분이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연세도 저보다 많으신데다 비서신부님이어서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관계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부탁드린 것은 꼭 챙겨주셨고 도움도 많이 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김 추기경은 1950년대 유학을 떠나기 전 2, 3년 동안 경북대 의대에서 라틴어를 강의했고 이때 학생들에게 영세를 받게 하고 전교활동을 열심히 했다고 한다.
"참 신중하고 세심하셔서 실수도 거의 없고 말 한마디도 허투루 하시지 않으셨지요. 언제나 한참 생각하신 뒤 조용히 말씀하셨지요. 유럽 유학 당시 고생했다며 책을 출간할 때 추천 글도 써 주셨는데…. 그분이 그립습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 1960년 로마올림픽후 한국 출신 유럽유학생들의 피정때. 로마 비오 12세 별장.왼쪽부터 고 이문호박사, 김수환추기경, 경북대 이우영 명예교수.
▲ 1960년 로마올림픽후 대구교구 출신 유럽유학생들의 피정.로마비오 12세 별장.왼쪽에서 다섯번째가 김수환 추기경, 그 뒷쪽이 이문희주교.(사진 경북대 이우영명예교수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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