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대구 달서구청 2층 대강당에 마련된 '사랑의 토요학교' 졸업식장. 입구와 복도에는 고추잠자리, 허수아비, 비행기 등 초등학생들이 그린 듯 삐뚤삐뚤한 그림 수십점이 전시돼 있었다. 종이컵에 색종이를 오려 붙여 만든 종이컵 로봇, 지점토로 빚은 꽃 등 조형물들도 눈길을 끌었다. 전시품들은 '사랑의 토요학교' 졸업생 20여명이 지난 1년간 학교에서 배운 솜씨를 발휘해 만든 작품들이다. 졸업생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진지하게 지켜보는 손님들 앞에서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젊은 장애인들에게 다양한 교양·사회체험 기회를 제공하며 재활을 돕는 '사랑의 토요학교'가 개교 20주년을 맞아 의미있는 졸업식을 가졌다.
달서구청과 전석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사랑의 토요학교는 1~3급 장애인과 자원봉사자들이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달서구청 2층 강당에 모여 웃음치료, 그림 그리기, 요리, 친구와 가족에게 편지쓰기 등 각종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주말 학교다. 1989년 시작돼 20년 동안 중증 장애인들의 사회 적응을 돕고 있다. 그동안 배출된 졸업생은 860명.
이날 졸업식은 졸업생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학생들의 손발이 돼 1년간 동고동락한 20명의 자원봉사자들도 빠짐없이 참석해 박수를 보냈다. 자원봉사자 정윤지(20·여)씨는 "처음에는 학생들이 낯을 많이 가렸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매일 안부 전화를 할 정도로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됐다. 오늘도 학생들이 번갈아 가며 포옹하는 통에 옷매무새가 망가졌다"며 웃었다.
선배 졸업생 10여명도 식장을 찾아 후배들을 격려했다. 20년째 빠짐없이 졸업식장을 찾고 있다는 1기 졸업생인 이경훈(41·수성구 신매동)씨는 "몸이 불편한 건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장애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졸업한 이종오(22·달서구 월성동)씨는 "지난해 가을 선생님들과 문경새재에 다녀온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졸업하면 선생님들이 너무 보고 싶을 것 같아요"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사랑의 토요학교는 27일까지 달서구에 거주하는 18∼30세의 지체·정신지체 장애인, 이들과 1년간 함께할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문의 053)652-5997.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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