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에서 10월까지 나는 두류공원을 벗 삼아 여름을 보냈다. 하루 훈련량은 15~20km. 주 3회 이상 뛰었다. 비가 오면 맞고, 열대야의 찜통 더위에도 묵묵히 달리고 또 달렸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흘러내리는 땀방울에 옷은 젖고 또 젖어 신발이 다 젖었다. 사실 마라톤에 미치지 않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엇 때문에 이 고생을 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난 멈출 수가 없었고, 멈춰서도 안 되는 길이기에 달리고 또 달렸다."
대구마라톤클럽 홈페이지(www.daegumarathon.com)에 올라 있는 글이다. 댓글란에는 "그동안 흘린 땀의 무게를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내 가슴을 뜨겁게 한 글 잘 읽고 갑니다", "두고 두고 읽고 있습니다. 가슴이 찡합니다"라는 격려가 줄줄이 달려 있다.
마라톤만큼 매력적인 스포츠가 또 있을까. 한계에 도전하는 기쁨, 한계를 극복하는 카타르시스는 마라토너들이 아니라면 결코 느낄 수 없다. 대구마라톤클럽은 마라톤의 매력에 흠뻑 빠진 동호회원들이 1999년 7월 7일 결성한 모임이다. 달구네(달리기를 좋아하는 대구 네티즌)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대구 최초의 마라톤 동호회이며 2001년부터 지금의 대구마라톤클럽으로 개명했다.
"대구마라톤클럽은 회원수만 950여명이에요. 전국에서 2, 3번째 규모죠. 회비를 내는 정회원은 500여명 정도인데 두류 대곡 시지 신천 동촌 칠곡 성서 달성 8개 지부별로 활동하고 있죠." 조현주 회장은 "회원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실력도 천차만별"이라며 "2시간 32분대의 최고 기록자는 아마추어 최강급"이라고 했다.
40대가 주를 이루는 회원들에겐 이른바 'SUB-3'가 최대 목표다. 마라톤 풀코스(42.195km)를 3시간 이내에 주파하는 SUB-3는 보통 사람의 체력으로는 쉽게 극복할 수 없는 마의 장벽.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은 SUB-3라는 목표를 통해 '나'의 한계를 극복하고 삶의 활력를 되찾는다.
대구마라톤클럽은 또 매월 한번씩 전국마라톤대회에 꼬박 참가하고 있다. 1월에는 고성을 다녀왔고 22일 밀양, 3월 서울에 이어 4월 대구마라톤대회까지 줄줄이 이어진다. 달리기에 '미친' 회원들은 매주 토·일요마다 연간 50회나 대회에 출전하고, 실력에 따라 한 달에 1,2번이나 연간 4,5회씩 출전수를 조정하기도 한다.
"초보들은 기록에 연연할 필요가 없어요. 단지 '내가 달리고 있다'는 사실만 중요할 뿐이죠. 대회를 함께 준비하고 출전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누비며 회원뿐 아니라 전국 마라토너들과 친목을 다질 수도 있어 좋아요."
조 회장은 "대구마라톤클럽은 달리기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놓고 있다"며 "동호회 모임이 국내 마라톤 저변을 확대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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