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金추기경 증손자 박준용 신부 "평생동지 할아버지"

▲ 2006년 사제품을 받은 박준용 신부가 대구 두산성당에서 김수환(왼쪽) 추기경과 함께 첫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가톨릭신문사 제공
▲ 2006년 사제품을 받은 박준용 신부가 대구 두산성당에서 김수환(왼쪽) 추기경과 함께 첫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가톨릭신문사 제공

"평생 동지 하자던 약속…."

대구대교구 상인성당 박준용(31·유스티노) 보좌신부에게 김수환 추기경은 집안의 큰 어른이자 사제의 길을 함께 걷기로 한 '동지'였다. 박 신부에게 추기경은 외가 쪽으로 증조할아버지가 된다. 추기경의 큰 누나 딸이 박 신부의 할머니다.

이 때문인지 박 신부의 집안은 가톨릭과 인연이 깊다. 대구 내당본당 주임신부인 박성대(요한) 신부가 박 신부의 큰아버지고, 박선애 수녀(선산 성가양로원)가 고모다. 이모 역시 수녀(김 도미니카, 안동교구청)고, 사촌동생도 신학생(박승용·4학년)으로 사제의 길을 걷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특히 박 신부와 추기경의 인연은 어릴 때부터 각별하게 이어져 왔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큰아버지인 박성대 신부를 따라 형들과 함께 서울에 세배를 드리러 갔었어요. 할아버지께 신부님이 되는 게 꿈이라고 하자 '나하고 평생 동지를 약속하자'며 손을 잡아 주셨어요."

박 신부는 그 때 맺은 추기경과의 약속을 가슴속에 깊이 간직했다. 고교 3학년 때 추기경이 대구의 집을 방문했다는 연락을 받고 학교를 마치자마자 달려갔을 때도 추기경은 "평생 동지 왔구나"라며 반갑게 손을 잡아 줬다.

2006년 6월 30일 드디어 박 신부가 사제 서품을 받고 두산성당에서 첫 미사를 봉헌하던 날, 추기경은 고령에다 건강이 좋지 않음에도 평생 동지 하자던 약속을 지키고 첫 출발하는 어린 사제를 축복하기 위해 기꺼이 대구를 찾아왔다. 당시 축하식에서 김 추기경은 박 신부에게 "주님께서 함께하신다는 믿음을 갖고 그분처럼 아름답고 사랑으로 가득한 신부가 되길 바란다"며 할아버지의 애틋한 사랑과, 같은 길을 가는 후배 사제에 대한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첫 미사에 참석하기 어려울지 모른다고 하시던 할아버지께서 힘든 발걸음을 하신 거죠. 큰 절을 올리려던 저에게 할아버지는 '새 사제 강복(하느님이 복을 내리시는 것)부터 받아야지' 하시며 제 앞에 무릎을 꿇고 앉으셔서 낮은 모습으로 강복을 청하셨습니다."

박 신부는 할아버지의 머리 위로 손을 얹고 그 손을 보면서 사제가 얼마나 거룩한 것인지 가슴으로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해 인사를 드리기 위해 혜화동 주교관을 찾았을 때는 몸이 편치 않아 대화를 길게 이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하느님 안에서 영원한 평생 동지였기에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가 없었다.

"이제 하느님 안에서 편히 쉬십시오."

박 신부는 대구가톨릭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사제서품 후 대구 동촌성당에 첫 부임했으며 2008년 9월부터 상인성당에서 보좌신부를 맡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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