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도시경관 심사 '깐깐해진다'

'디자인이나 색채, 조명에 개성과 품격이 모자라는 건축물은 지을 생각 마세요.'

제1회 대구시경관위원회가 열린 지난 18일 오후 7시 대구시청 영상회의실. 다섯시간째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20명의 위원들은 한결같이 진지했다. 경관법과 시행령, 대구시 조례가 제정된 뒤 처음으로 열리는 회의였다.

이날 상정된 안건은 심의 3건과 자문 3건. 건당 1시간 가까운 토론을 거친 셈이다. 첫 심의 안건인 도시철도 기둥광고 디자인 건은 부결됐다. 200개가 넘는 도시철도 역 안내기둥에 광고를 넣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대구도시철도공사 입장은 이해하지만 "안내 기능에 충실하도록 광고 면적을 줄이고 디자인도 더 수준을 높여 다시 심의를 받으라"고 주문했다.

혁신도시 진입도로의 율하고가교 색상에 대한 심의는 조건부 통과됐다. 설계업체에서는 고가교에 그린그레이(green gray) 색깔을 칠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위원들은 "대형 구조물인 만큼 시민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웜그레이(warm gray)로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동촌유원지에 조성하는 아양폭포에 대해서는 위원 중 대구시 국장들과 환경전문가들이 "금호강 종합개발계획이 추진되고 있으니 이와 연계해 디자인을 검토하라"는 요구를 붙였다.

자문 안건에 대해서도 위원들의 검토와 의견이 잇따랐다. 대구시내 전체에 적용할 자전거도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색상 선정 자문에 대해서는 "성서산업단지에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있으니 일정 구간에 시험적으로 써본 뒤 현장에 가서 결정하자"는 방안을 결정했다. 도시철도건설본부의 경우 정거장, 고가교 등에 대한 실시설계에 대해 사전 자문을 하기도 했다. 위원들의 의견을 미리 들어 설계에 반영함으로써 심의에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도에서다.

대구시 김영대 디자인총괄본부장은 "처음이라 다소 혼선은 있었지만 한건 한건이 대구의 경관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식한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이제부터는 건물이나 시설물, 광고물, 조명 등을 설치할 때는 경관 심의와 자문에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경관위원회는 건축·도시·조경·디자인·생태·경관 등 전문가 14명과 시의원 1명, 대구시청 국장 5명 등으로 구성돼 경관사업과 건축·시설물 디자인과 설치 위치, 하천변 경관개선, 옥외광고물 등을 심의·자문한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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