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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바라본 金추기경은…"인간존엄 항상 강조"

▲ 고 김수환 추기경이 지난해 서울 혜화동 집무실에서 이창영 신부에게
▲ 고 김수환 추기경이 지난해 서울 혜화동 집무실에서 이창영 신부에게 '세상의 빛이 되라'며 직접 쓴 붓글씨 '세상의 빛'을 선물했다.
▲ 고 김수환 추기경이 2003년경 몸이 불편해 서울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병문안을 간 이창영 신부와 함께 촬영한 사진.
▲ 고 김수환 추기경이 2003년경 몸이 불편해 서울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병문안을 간 이창영 신부와 함께 촬영한 사진.

'돌 하나, 풀 한 포기, 나비와 꽃 어느 하나 가치 없는 것들은 세상에 없다. 더욱이 높은 사람이든 낮은 사람이든 인간은 더 없는 가치를 갖는 존재다.'

지난 16일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은 존재의 가치, 인간에 대한 사랑을 주변에 늘 강조했다. 존재에 대한 사랑이야말로 김 추기경의 사상이자, 철학이었던 것. 김 추기경을 가깝게 모셨던 이들은 한결같이 '아버지 같은 분, 어렵고 힘든 이들에 대해 한없이 사랑을 베푼 분'이라고 경외심을 나타냈다.

김 추기경 외조카의 아들인 박성대(63) 대구대교구 내당본당 주임신부는 "추기경은 '작은 사람'들의 '작은 소리'에 귀기울이고, 소중하게 여겼던 분"이라며 "1970, 80년대 민주화를 위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말씀'을 하셨고, 양심과 용기로서 나라를 정말 사랑하셨다"고 말했다. 또 "경기도 연천 군부대 군종신부, 포항 죽도성당 신부로 재직할 당시 성당 축성식이나 전역미사, 강연 등을 부탁드리면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흔쾌히 응해주셨다"고 했다.

박 주임신부는 "추기경은 힘없는 노동자와 서민뿐 아니라 어려운 형편의 먼 친척까지 보살폈다"며 "수중에 돈이 없는데도 교구청 금고에서 돈을 빌려 어려운 이들을 도왔다"고 말했다.

박 주임신부는 지난해 4월 서울 혜화동 집무실에 병문안을 갔을 당시 "'건강하시고 또 찾아뵙겠다'고 했더니 '또 보겠다는 말이 제일 힘들게 하는 말이다. 하느님한테 빨리 가고 싶다'고 하셨다"고 회고했다.

매일신문사와 가톨릭신문사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는 이창영 신부도 김 추기경에 대한 애도의 마음이 남달랐다. 이 신부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무국장을 맡은 6년 동안 추기경을 모셨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알현할 때도 추기경을 모시고 갔다"며 "추기경께서 가톨릭시보사 12대 사장을 역임했는데 후신인 가톨릭신문사 20대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니 안타까움과 슬픔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 노동자와 경영자, 장애인을 가리지 않고 인간은 모두 똑같이 가치있는 존재라는 시각이 추기경의 삶의 기본 모토였다"며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의 피해자, 사형수 등을 모두 끌어안으며 '인간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가치'를 소중히 여기셨다"고 했다.

이 신부는 또 "추기경이 돌 하나를 들고서 '이게 가치가 있나, 없나'라고 하시며 '흔한 돌 하나도 가치가 있는데,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은 더더욱 가치있는 존재'라고 하셨다"고 추기경의 말씀을 되새겼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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