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들고 있던 유리잔을 떨어뜨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 유리잔은 바닥에 부딪치며 단 한 번의 파열음으로 산산조각이 나버렸지요. 소리가 빠져 나간 유리잔, 그것은 꼭 혼이 빠져 나간 몸뚱어리 같았습니다. 어쩌면 깨어지는 순간에 들린 바로 그 소리가 부서진 유리 조각들을 그때까지 하나의 잔으로 꽉 붙잡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유리잔의 본질이란 바로 "깨어지는 순간에 들린 바로 그 소리가 부서진 유리 조각들을 그때까지 하나의 잔으로 꽉 붙잡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라는 인식에 몸이 떨린다. 유리의 본질을 부서지기 쉬운 유리 파편에서 찾았다. 긍정이 아니라 부정의 시각이지만, 유리는 잘 부서지는 위험한 물질! 이라는 느낌에서 출발한 그 철저한 사물에의 응시가 경이롭다. 이렇게 본다면 사물의 외양과 사물의 본질은 서로 관통하는 부분이 있다. 본질이 외양을 만든 것이다. 시의 외연과 내포가 서로 수미일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시는 사물이 제 스스로 내뿜는 능동적 기운인 셈이다. "내가 궁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내 몸 속의 궁소리가 외부의 궁소리에 상응하는 것이며, 그 소리를 들으려는 의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저절로 그 소리를 듣는 것이다."라는 윤춘년(1514∼1567)의 '성율론'이라는 시론이 오래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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