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본 사람이 있겠는가. 여행이 주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은 우리를 늘 갈등에 휩싸이게 한다. 왜 우리는 끊임없이 여행을 꿈꾸고 갈망하는 것일까.
여행은 익숙했던 모든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끊임없이 낯설게 만드는 과정이다. 여행을 떠나는 모든 자는 이방인이라는 특정한 정체성을 지닌다. 여행을 통해 얻는 이 특수한 지위는 평소에 생각지 못했던 신선한 경험들을 일시에 가능하게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이별이 예정되어 있는 타인으로서 세상과 자신 내부의 간극에 존재하던 고독을 직면하게 해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어디든 이방인인 우리에게 선뜻 손길을 내밀어 주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건 여행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지만, 분명 여행을 가장 따스하게 추억하도록 만들어주는 일이기도 하다. 이같이 스쳐가는 만남들. 우리는 이러한 만남 속에서 그것이 비록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고 할지라도 마음속에 아로새겨 언제나 슬그머니 미소를 띠며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을 하나씩 만들게 된다.
물론 이러한 경험들이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방인인 우리가 여행에 깊숙하게 몸을 담그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다른 문화에 대해 열린 마음을 지니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디를 간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아닌 곳이 있겠는가. 두려워 할 필요도, 심하게 웅크릴 필요도 없다.
여행의 깊은 즐거움은 소비 행위에서도 느낄 수 있다. 보다 많은 경험을 하고 진기한 광경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여행의 근원적 매력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우린 여행에서 어떤 소득 활동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일상의 여러 책임 중 생산 활동에 대한 무게감은 누구에게나 클 것이다. 이 중압감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즐겁다.
그러므로 때론 흥정이 여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도 한다. 온전히 소비 활동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는 여행의 특성상 어떤 여행자들은 흥정의 성과를 훈장처럼 자랑스러워 하기도 한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사기를 당하는 불쾌함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적정한 가격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언제 이곳을 다시 찾아 올 수 있을지 미지수인 게 여행이다. 흥정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여, 정작 즐겨야 하는 많은 것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여행은 지루한 일상의 반대말이 아니다. 여행은 오히려 일상을 향한 준비이다. 울창한 나무 숲, 나무 그늘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는 이곳이 숲의 어디쯤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산에 올라야 비로소 아래 펼쳐져 있던 숲의 지형이 한눈에 들어오듯, 여행을 통해서 우리는 일상을 돌아보고 더 힘차게 시작할 기운을 얻을 수 있다. 세상에는 그것을 떠나야만 확연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가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 "24일 오후 9시, 한미 2+2 통상협의…초당적 협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