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수성구 아파트 '학군 프리미엄' 흔들?

최근 대구지역 고교 배정 결과 수성구 아파트의 '학군 프리미엄'이 흔들리면서 수성구 아파트 단지들의 인기가 하락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달초 대구시내 고교 추첨에서 범어동과 만촌동, 황금동 거주 고교 진학 예정자들의 이른바 '선호 학교' 배정률이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이 때문에 이들 아파트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자녀들의 학교 진학을 위해 이사를 고려중인 학부모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업소 관계자들은 "이른바 '수성 8학군'으로 불리는 지역은 선호 학교 진학 여부가 이사 수요 및 아파트 가격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데 올해 이 지역 출신 학생 중 예상보다 많은 수가 집 인근 학교가 아닌 기대치 않은 곳으로 배정받아 학부모들이 상당한 혼란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위협받는 수성 8학군.

올해 고교에 진학하는 자녀를 위해 지난해 대출까지 받아 범어동의 158㎡(48평) 아파트로 이사한 김모(43)씨. 하지만 자녀를 위한 김씨의 노력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바로 집 앞에 진학을 원하던 여고가 있지만 엉뚱한 학교로 배정을 받았다"며 "근거리 배정 원칙을 철썩같이 믿고 이사를 했는데 정말 분통이 터진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대구 지역 고교 배정 방식은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전체 정원의 40%는 선지원 후추첨 방식, 나머지 60%는 통학시간을 고려한 지리정보시스템(GIS) 방법으로 배정했다.

문제는 통학시간을 고려한 배정에서 일반 통념과 달리 범어동과 황금동, 만촌동 거주 학생 중 집 주변이 아닌 학교에 배정받은 사례가 늘어난 것.

원인은 간단하다. 대구 전체 학생 수는 감소 추세지만 수성구는 신규 입주 아파트가 급증하면서 고교 진학 예정자 수가 올들어서만 800여명이 증가한 때문.

시 교육청 담당자는 "수성구 지역내 고교 학급당 인원을 평균 37명에서 3~4명 늘렸지만 남학생 200명과 여학생 300명이 남아 결국 수성구가 아닌 중구와 남구 고교에 배정했다"고 해명했다.

수성구는 지난해에만 13개 단지 5천300가구가 신규 입주를 했다. 이에 따라 고교가 2곳 뿐인 시지 지역에서 700명이 넘는 학생이 정원 초과로 수성구내 타지 학교로 배정을 받게 됐고 아파트가 몰린 만촌동과 범어동, 황금동 학생들은 중·남구로 배정된 것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근거리 배정의 경우 학교와의 직선 거리가 아니라 도보 및 지하철, 버스 등의 대중 교통 이용 시간을 고려해 30분 내 지역을 통학 지역으로 설정한다"고 설명했다.

◆수성 학군 프리미엄도 흔들릴까

올해 수성구 입주 물량은 지난해보다 더욱 늘어난 7천100여가구에 이른다. 1천500여가구의 범어동 위브더 제니스 단지를 비롯해 수성 3가 지역에서만 2천여가구다.

이에 따라 내년도 수성구 지역 고교 진학에서 '근거리 배정'은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수성구 부동산 관계자들은 "그동안 '어느 단지는 어느 학교'란 고정관념이 통념돼 왔지만 올해 학교 배정에서 기본 룰이 깨지기 시작했다"며 "당장은 별문제가 없겠지만 몇년간 이런 현상이 이어지면 결국 학군 프리미엄도 약해 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은 경신, 오성, 대륜고와 정화, 대구여고 인접 지역 아파트 단지들의 경우 같은 수성구 지역내 타 단지와 비교할 때 시세가 10~20% 이상 높으며 전세 가격은 최고 50%까지 높다.

분양대행사 한 관계자는 "예전에도 수성구 지역에서 높은 시세를 보였던 일부 단지들이 학교 신설과 신규 아파트 등장으로 원하는 고교 배정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면서 집값이 추락한 사례가 있다"며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부동산 시장에서 '불패 지역'으로 불리던 수성 8학군 지역 아파트 위상도 흔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다 교육청이 고교 배정 방식 변경을 위한 용역을 추진중에 있어 '수성 8학군' 프리미엄은 향후 계속 위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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