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전 10시쯤 대구 달서구 월성동 아름다운 가게 월성점. 아파트 상가 지하 1층에 자리 잡은 660㎡ 남짓한 매장 안은 교복을 사려는 수백명의 인파로 북적였다. 매장 밖에도 차례를 기다리는 500여명이 입구부터 300m가량 줄을 서 있었다. 쌍둥이가 한꺼번에 중학교에 입학하게 됐다는 이인옥(45) 주부는 "단돈 5만원에 교복 두 벌을 샀다"며 "요즘 같은 불경기에 교복 장터가 그저 고마울 뿐"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학부모들은 대형업체 교복값이 21만~25만원, 중소업체가 17만~19만원 선이지만, 같은 학교의 경우 제조업체가 달라도 가격은 거의 같은 실정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대박 난 교복 나눔 장터
대구 달서구청이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헌 교복을 수선해 헐값에 되팔기 위해 21일 개최한 '사랑의 교복나누기' 장터(본지 1월 7일, 12일자)가 밀려드는 사람들로 성황을 이뤘다.
이날 달서지역자활센터의 수선을 거쳐 나온 7천여점의 교복은 학교별 진열대마다 수십명씩 몰린 시민들에 의해 한순간에 팔려나갔다. 당초 오전 11시에 문을 열 예정이었으나 오전 7시부터 많은 시민들이 줄을 서는 바람에 1시간 앞당겼다. 교복은 재킷 5천원, 조끼와 치마, 바지 등은 3천원, 블라우스와 셔츠는 1천원, 넥타이는 단돈 500원 정도로 초저가. 일부 학교 교복은 금세 동이 나 '매진' 푯말이 붙기도 했다. 이날 행사장을 다녀간 사람만 1천여명으로 추산됐다. 값 싸고 품질도 좋은 교복을 구한 시민들은 얼굴마다 웃음꽃을 피웠다. 김인숙(42·여 달서구 상인동)씨는 "고교 2학년이 되는 아들 교복을 사기 위해 아침도 먹지 않고 나왔다. 아이가 너무 빨리 자라는 바람에 비싼 교복을 또 사야 하나 고민했는데 단돈 2만원으로 교복 한 벌을 샀다"며 "아들 몸에 맞지 않는 교복은 기증했다"고 말했다.
◆값비싼 교복, 교육당국은 먼 산만
교복 장터에 참가한 학부모들은 "대구시 교육청이나 대구시청, 구·군청 차원에서 이런 행사를 왜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높은 교복값에 학부모들의 시름이 깊은데도 교복 공동구매나 헌 교복 물려입기 등이 너무 부진하다는 것.
한국교복협회가 올해 동복 공동구매율을 잠정 집계한 결과 대구는 11%가량으로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가 파악한 공동구매율 7.9%보다 조금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서울 55%, 광주 46%, 대전 30%, 부산 20% 등에 비하면 대구는 현저히 낮다.
이는 소비자단체와 학부모회, 교육당국 등이 협의해 교복 구매 관련 표준 시안을 정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고 공동구매 여부도 학교 자율성에 맡기기 때문. 일부 교복업체들이 공동구매 확산에 따른 가격 하락을 우려해 공동구매를 추진하는 학교에 의도적으로 교복 가격을 낮춰 판매하는 편법까지 동원한다.
학부모 김모(45·여·대구 달서구 월성동)씨는 "아이 두 명이 중학교, 고등학교에 입학하는데 교복값에 등록금까지 합하면 100만원에 육박한다"며 "학교에 교복 공동구매 여부를 물어봐도 '개인적으로 알아서 할 일'이라는 신통찮은 답변이 왔다"고 말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각 학교마다 공문을 통해 교복 공동구매에 동참하라고 지침을 내려보내고 있지만 학부모와 학생들 선호도가 낮아 성과가 저조하다"며 "기초지자체, 시민·사회 단체와 협력해 교복 나눔 장터 개최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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