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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에 1원씩' 이웃돕기…분도석유 年 수천만원 기부

▲ 분도석유 김현철 대표가 3호점에서 전날 모금한 액수를 가리키며 웃고 있다. 모현철기자
▲ 분도석유 김현철 대표가 3호점에서 전날 모금한 액수를 가리키며 웃고 있다. 모현철기자

대구시내 3곳에 위치한 분도주유소는 운전자들이 지불한 기름값의 일부를 불우이웃돕기에 쓴다. 이 때문에 어떤 운전자는 주유소 벽에 걸린 기부액을 보고 몇 천원을 더 쥐여주기도 한다.

'한방울의 기름도 속이지 않는다'는 문구로 유명한 분도석유 김현철(49) 대표는 지난 2000년부터 하루 판매하는 기름 1ℓ에 1원을 적립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고 있다. 기부 횟수만 2천회를 넘었다.

"오후 7시에 마감하면 다음날 아침 직원을 보내 은행에 입금합니다. 하루 평균 2만원 정도 됩니다. 돈이 모이면 욕심이 생기니까 빨리 입금을 해버려야 돼요."

김 대표가 남을 돕기 시작한 것은 '말통 배달'이라고 불리는 기름 배달 시절부터다. 그는 추운 겨울날 점심을 해결하려고 무료 급식소에 들렀다가 기름이 없어 추위에 떨던 사람들에게 그날 받은 일당인 기름 한되를 내놓았다.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하더군요. 살면서 처음으로 칭찬받았습니다. 그 뒤부터 매일 기름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더 칭찬받고 싶었죠."

남을 돕기 시작하면서 사업도 번창하기 시작했다. 1997년 석유판매소를 개업한 김 대표는 2000년 자신의 첫 주유소를 열었고 현재 주유소는 3곳으로 늘었다. 매출액도 매년 신장해 작년 매출액은 100억원에 이르렀다.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주유소 난방을 갈탄으로 때다가 2년 전부터 아예 연탄으로 바꿨어요. 매년 1천만원을 절약할 수 있거든요."

소문이 나면서 자기 돈도 보태라며 1천원짜리 몇장씩을 쥐여주는 손님들이 늘어났다. 그는 매년 10월 장애를 가진 신혼부부 8쌍을 제주도 신혼여행도 보내주고, 어버이날에는 버스 3대를 대절해 어르신들을 모시고 효도관광을 떠난다. 또 연말에는 복지관 추천을 받아 어려운 이웃들 집에 기름 200ℓ씩을 무료로 배달해준다고 한다. 분도석유가 나눠쓰는 기름만 한 해 평균 1만ℓ.

그는 기부한 송금표를 상자에 차곡차곡 모아놓고 있다. "돈보다 더 값진 것"이라면서 "아이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줄 계획"이란다.

김 대표의 1년 평균 기부액은 3천만~4천만원. 김 대표의 뜻에 동참하는 주유소도 생겨 기름판매액의 일부를 기부하는 주유소가 2곳 더 늘었다.

김 대표의 사무실에는 젊은 시절 기름 배달할 때의 사진이 있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올해 대학생이 된다. 대구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한 것이다. 그는 사회복지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생각이다. 그는 "주유소를 움직이는 복지관으로 만들고 싶다"면서 "직원을 전부 복지사로 고용하고 이익을 100% 소외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다"고 했다.

분도주유소의 '분도'는 그의 세례명 '베네딕토'의 한자표기를 따서 지었다. 베네딕토는 '축복받은 자'라는 뜻이다. 김 대표는 자신의 세례명처럼 자기는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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