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기업들이 금고에 쌓아둔 100조 원을 투자하라고 촉구했다. 대기업들이 비상금까지 털어서라도 투자에 적극 나서라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투자에 앞장설 경우 그만큼 일자리도 생기고 경기도 살아나지 않겠느냐는 절박한 호소다.
기업의 투자 부진이 국내경기 악화에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4분기 국내 설비 투자는 전분기보다 16.1%나 감소했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600개 대기업의 투자 규모는 86조7천593억 원으로 전년보다 2.5%가 줄어 지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투자가 감소하면 당장 나타나는 것이 일자리 감소다.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 고용대란은 투자 위축의 직접적인 결과다.
하지만 투자 부진의 원인은 세계적 경기침체다. 국내 대기업들은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경기침체가 올 하반기에는 회복세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최근 들어 "현재로선 경기 전망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한 경제학자는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에 무조건 투자하라고 하는 것은 독약을 먹으라는 것과 같다"며 "자신 없는 투자는 기업뿐만 아니라 나라경제까지 거덜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지금의 경제 현실에서 기업의 금고문을 열게 하려면 정부가 나서서 투자에 대한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재정의 조기 집행과 강력한 수요 진작책 등을 통해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미진한 규제 개혁도 속도를 내야 한다. 이윤을 낼 수 있다는 전망만 서면 정부가 나서서 투자하지 말라고 해도 투자하는 것이 기업의 생리다. 기업에 투자를 다그치기만 할 것이 아니라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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