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LG계열사 '투자는 계속된다'

R&D 인력만 이전…투자는 오히려 2조원 이상 늘려

▲ LG그룹 태양광 모듈 사업의 전진기지로 활용될 LG전자 구미사업장 A1 PDP 생산공장. (LG 제공)
▲ LG그룹 태양광 모듈 사업의 전진기지로 활용될 LG전자 구미사업장 A1 PDP 생산공장. (LG 제공)

최근 들어 공업도시 구미가 대기업의 연구개발(R&D) 인력 수도권 재배치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특히 LG전자의 R&D 인력 재배치 움직임이 '생산라인 이전설'로 확대되면서 이 문제가 정치권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LG전자는 R&D 인력 수도권 재배치에 대해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과 더 큰 도약을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할 LG전자 전체의 생존전략"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지역민들은 "구미가 단순 생산 기지화될 수 있다"며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R&D 인력의 수도권 재배치 문제에 대한 LG전자의 입장과 구미지역 LG계열사에 대한 투자확대 계획, 그리고 지역 경제계와 대학가의 반응 및 대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본다.

◆LG전자 R&D 인력의 수도권 재배치

LG전자는 'R&D 인력 집중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로 경제위기를 정면 돌파한다'는 계획에 따라 최근 서울 양재동에 서초 R&D 캠퍼스를 완공하고 수도권 지역에 R&D 벨트를 완성했다. 이에 따라 지방소재 R&D 인력 중 원천기술 및 요소기술을 담당하는 인력들을 서울 및 수도권 R&D 시설로 배치한다는것.

TV와 미디어 제품 컨버전스 기술연구를 위해 LCD TV R&D 인력을 서울과 평택으로 재배치하는 시기는 올 하반기쯤이며, 구미사업장의 이동 인원은 300여명이다.

LG전자 측은 그러나 일각에서 거론되는 구미사업장 전체의 수도권 이전은 전혀 검토된 바 없으며, 생산라인 이전 소문 역시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구미사업장을 LCD·PDP TV, 모니터 등의 완제품과 PDP 모듈 등을 모두 생산하는 LG전자 디스플레이 부문의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한나라당 김태환·김성조 국회의원과 남유진 구미시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장인 강신익 사장은 "기능 융합을 위한 R&D 인력은 수도권으로 옮겨가지만 생산에 필요한 R&D 인력은 구미로 합쳐져 축소운영은 없다"고 밝혔다.

또 "구미에 엄청난 투자를 한 상황에서 구미사업장의 생산라인을 옮긴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강 사장은 또 "R&D 인력이 일부 빠지는 대신 구미에는 솔라셀 사업이 들어온다"며 "사업구조 개편상 들어가고 빠지는 것은 밸런스 문제 정도로 알아줬으면 좋겠고, 확실한 것은 LG전자의 국내 생산은 구미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미지역 7개 LG계열사에 대한 투자 확대

구미지역 7개 LG계열사에 대한 투자는 총 2조2천억원대에 달한다. LG전자 구미사업장의 A1 PDP 생산라인은 태양광 모듈 사업의 전진기지로 활용된다. 2010년까지 2천200억원을 투자해 태양전지 라인 2개를 신설한다. 2개 라인 모두 실리콘 웨이퍼를 이용한 결정형 방식의 태양전지 셀과 모듈을 생산할 예정이며 각 라인의 생산능력은 120㎿다. LCD를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대표 권영수)의 투자는 1조4천억원으로 최대 규모다. 이 회사의 구미 P6E 공장은 1천500㎜×1천850㎜ 크기인 6세대 LCD라인 신·증설 공사가 한창이며, 올 2/4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6세대 생산량은 월 17만장에서 23만장으로 늘어나며 1천500명의 고용창출과 9천억원의 수출 대체효과가 예상된다.

반도체 웨이퍼 분야 세계 4위 업체인 LG계열사 ㈜실트론(대표 이희국)은 지난해부터 구미3공장의 300㎜ 반도체 웨이퍼 생산라인 증설을 위해 3천6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실트론은 생산설비 증설을 통해 300㎜ 웨이퍼의 월 생산량을 25만장에서 35만장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그룹의 태양광사업 진출과 계열사들의 사업 확장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로 LG이노텍이 400여억원, LG마이크론은 2천400억원을 투자하며, LG필립스디스플레이도 이와 관련한 투자를 적극 검토 중이다. LG계열사들의 이 같은 투자로 2천명의 일자리가 창출돼 구미국가산업단지에 근무하는 7개 LG계열사의 임직원은 2만명에서 2만2천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LG 측은 "금융위기와 환율 및 유가 불안 등 대내외 경영환경의 변수가 많지만 LG는 중장기 미래 준비를 위한 전략적인 투자를 추진, 글로벌 시장의 기회를 선점할 것"이라며 "구미시립어린이집을 지어 오는 4월 개원하는 등 지역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도 꾸준히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지역 경제인 및 경제단체와 대학가 반응

구미지역 기업인 및 경제관련 단체들은 "R&D 인력이 빠지면 자칫 생산라인을 이동시킬 수 있는 원인 제공이 될 수 있다"며 "구미가 단순 생산기지로 위상이 추락할 수 있기 때문에 R&D 인력 감소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특히 매년 삼성전자에 160명, LG전자에 30명가량이 취업하고 있는 경북대 전자전기컴퓨터학부(전전컴)는 취업난이 더 악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 학부 교수들은 "수도권 규제 완화라는 정부 정책 탓이 아니냐"며 "게다가 모바일과 첨단의료 분야 등 IT산업에 특성화를 준비하고 있는 지역 입장에서도 큰 타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와 함께 "그동안 우리나라 모바일 분야의 급성장은 경북대 전전컴 출신 연구원들이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들 기업들이 학교에 얼마나 투자와 지원을 했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40년 전 전자공학 특성화 정책으로 집중지원을 받으며 급성장해온 경북대 전전컴학부가 최근 몇 년 새 예전의 위상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표를 낸 게 사실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지역 인재양성과 정주여건 개선 필요

지역 경제계는 "R&D 인력들이 정주여건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구미지역 근무를 꺼리고, 지방에서는 우수 R&D 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게 대기업들의 주장인 만큼, 차제에 지자체는 교육·문화 등 정주여건 개선에 더욱 노력하고 대학들도 인재 양성에 한층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실제로 삼성과 LG는 구미사업장 R&D 인력의 축소 이유 중 하나로 "지방에서는 우수한 연구개발인력을 구하기 힘들다"는 것을 꼽았다. 이에 대해 경북대 전자전기컴퓨터학부 조진호 학부장은 "내부적인 역량이 떨어진 것이 사실인 만큼 예전의 명성을 찾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최소 전공 졸업인정학점제 등 전공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향후 IT 융복합산업을 이끌 인재양성에 나서야 한다는 것.

지역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경영난에 빠진 지역의 기업을 살리기 위해 2007년 범구미시민운동으로 전개됐던 LG디스플레이 주식 1주 갖기 운동 같은 실질적인 기업사랑운동도 보다 다양하고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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