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 3월 6~7일 대구 공연

가깝고도 먼 사이 엄마와 딸

서른 세살 노처녀 박지선은 인터넷에서 제법 인기 있는 사이버자키(CJ)다. 물론 그 인기는 인터넷 세상에서나 통할뿐이다. 순대국을 팔아 먹고사는 엄마 눈에 딸은 반듯한 직장을 구할 생각은 않고 종일 방구석에 처박혀 기타 줄이나 퉁기는 철부지일 뿐이다. 게다가 남자 친구는 도넛 굽는 게 특기인, 한마디로 별 볼일 없는 청년이다. 이런 딸이 꼴 보기 싫어 엄마 박정자는 사사건건 잔소리를 하고 두 사람은 자주 부딪친다. (이런 장면은 인터넷을 통해 익명의 네티즌과 소통하지만 정작 가장 가까운 이들과는 불통인 현대인의 단면을 상징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선이 마이크에 감전돼 기절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가 도착한 곳은 1973년 음악 다방 '쎄씨봉'. 다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람은 지선이 애지중지하는 불법 중고 음반의 주인공 '나랑 너랑'이다. 알고 보니 '나랑 너랑'은 지선의 엄마와 아버지로 한창 연애 중이다. 황당한 시간 여행을 통해 지선은 스물 다섯 살의 아버지와 스물 여섯 살의 엄마를 만난 것이다.

70년대 음악 다방 '세씨봉'은 가수의 등용문이었다. 나팔 바지에 청자켓을 입고, 공명을 사용해 느끼하고 능청맞은 목소리를 뿜어내는 봉팔, 촌스러운 의상에 말투만 애교로 뭉친 처녀시절의 엄마 정자, 거기에 키보이스, 어니언스 등 70년대 문화 아이콘이 등장해 당시의 향수를 자극한다.

엄마의 뱃속에는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지선이 있다. 물론 그것은 꿈이었고 지선은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이 사건을 통해 지선은 가까운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진짜 소통을 시도하게 된다.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는 가깝고도 먼 사이인 엄마와 딸의 이해와 소통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다.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딸이다'는 명백한 전제를 바탕으로 사이버 자키인 지선이 젊은 시절 엄마와 아버지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엄마와 딸의 닮은 꼴 연애 이야기인 셈이다.

'한밤의 세레나데'는 뮤지컬과 연극의 경계에서 절묘하게 줄타기 한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연극이라면 내용은 좋지만 좀 어렵고, 뮤지컬은 볼거리는 있지만 단순하다고 평가하는 사람이라면 미묘한 맛을 즐길 수 있겠다. 14곡의 주옥같은 음악과 실감나는 대사가 연극과 뮤지컬의 장점을 잘 버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밤의 세레나데'는 2006년 12월 홍대 소극장 공연을 시작으로 문화일보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대구를 비롯한 지역순회공연과 충무아트홀 2년 연속 초청 공연, 대학로 앙코르공연 등을 올리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2007년 한국뮤지컬대상 최우수작품상, 극본상, 연출상 등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으며, 2008 서울무대 제작 사후지원사업 선정, 2008 전국문예회관 연합회 창작 팩토리 우수뮤지컬 재공연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공연 안내=3월 6일 오후 7시30분, 3월 7일 오후 6시/대구북구문화예술회관 공연장/예매 1만원(현매 1만3천원)/극단 오징어, 명랑씨어터 수박, MJ플래닛/ 연출 오미영/작곡 및 음악감독 노선락/출연 김영옥, 유정민, 민동환, 이상은/053)665-3081,2.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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