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행정체제 개편, 경쟁력 강화와는 거리 멀어"

정치권에서 법을 만들어 추진하는 중앙집권식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지역 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지방신문협회와 희망제작소가 20일 공동 주최한 '행정체제 개편 논란,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대안을 찾다'란 주제의 4차 토론회에서 이같이 지적됐다. 이번 토론회는 경인일보와 (사)경인발전연구원이 공동 주관했다.

◆한표환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각 정부마다 지방분권이나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정책의 우선 순위가 다르기 때문에 연속성이 없고, 결국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그래도 행정체제 개편은 현 정부가 어떻게든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지방분권과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 근본적인 정리가 필요하다. 지방분권이 되면 지역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것에 자치론자들은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들도 있다. 따라서 우리의 수준에서 분권을 어느 정도 해야 경쟁력이 향상되는지 실질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광역화를 해야 경쟁력이 커진다는 논리도 마찬가지다. 외국 사례지 한번도 우리가 해본 적은 없다. 행정체제 개편이 돼야 경쟁력이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없다면 단순한 외침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재은 경기대 일반대학원장=지방의 경쟁력 강화는 이미 20년 전부터 논의된 문제다. 그런데 왜 행정체제 개편이 하필 지금 시점에서 논의돼야 하는가에 대한 동의가 없다. 만약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 추진하는 방식이라면 민주주의가 100년 후퇴하는 일이다.

지금 이 문제를 논의하는 자체가 정치권의 이해 관계에 함몰돼 있다는 것 아닌가 한다. 독일이, 프랑스가, 일본이 했다고 해서 우리도 행정구역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서는 안된다. 광역과 기초의 규모가 적정한지에 대한 논의가 뒤따라야 하고, 광역과 기초의 역할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

광역단체 폐지가 안된다는 부분에 동의한다. 지방에 대한 차등분권은 재정적인 문제가 해결될 경우 자연스럽게 가야 한다. 획일적인 차등분권은 불가능하다.

◆조성호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중앙대 지방은 사무도, 세수도 거의 대부분이 80대 20이다. 지방분권 국가에서는 반대로 돼야 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중앙집권을 연장하려는 것이 정치권의 본질적인 목적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경기도와 서울 정도가 국제경쟁력이 있는 상태인데 이마저 폐지하자니 지방분권을 하자는 의지가 있는 건지, 세계 추세를 감안하는 건지 의구심이 많이 든다.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리는 도와 시·군의 기능이 중복되니까 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80을 가진 중앙이 시·군과 20을 나눠가진 도의 기능이 중복된다고 폐지해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웃을 일이다.

◆노춘희 경인발전연구원장=자본주의에 경쟁은 나쁜 것이 아니다. 우주는 경쟁이 없으면 물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물리는 물리, 경제는 경제, 정치는 정치마다 다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는데 우리는 정치 논리에 치우친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는 말로만 글로벌이지 과연 글로벌적인 기준에 맞추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더듬어봐야 한다. 지방행정체제 개편도 같은 맥락에서 글로벌 기준에 맞고, 지역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심층적인 논의가 요구된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취재단/김창훈기자 ch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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