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동수(43)씨는 최근 5년간 타고 다니던 2천cc 승용차를 후배에게 팔았다. 갈수록 빠듯해지는 살림살이에 아낄 것이라고는 승용차 유지비뿐이었기 때문. 며칠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니 지출이 눈에 띄게 줄어 만족스럽다. 김씨는 "다음달 만기인 자동차 보험료를 내야 하는 것부터 휘발유값, 자동차세, 주차비 등 차에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아 처분하게 됐다"며 "버스와 지하철 환승여건도 많이 나아져 승용차를 타지 않아도 크게 불편한 것은 없었다"고 했다.
경기 침체와 휘발유값 상승 등으로 승용차 이용에 부담을 느낀 시민들이 대중교통으로 몰리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가 곤두박질치면서 시민들은 불황을 견디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차를 없애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23일 오전 7시 50분쯤 대구 수성구 고산2동 주민센터 앞 버스정류장. 수성구·중구 방면으로 향하는 시내버스는 승객들로 붐볐다. 교복을 입은 학생에,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까지 출근길 시내버스는 '만원'을 이뤘다. 지하철역에서도 출근길에 바쁜 시민들이 플랫폼에 줄을 서 기다리는 등 최근 승객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퇴근길 역시 비슷한 상황. 오후 5시를 넘기자 버스와 지하철은 활기를 띠었다.
대구시에 따르면 2월 첫째주(2~8일) 하루 평균 대중교통 이용 승객은 총 104만665명으로 시내버스가 73만4천651명, 지하철이 30만6천14명이었다. 지난해 1월에 비해 전체 이용 승객이 4만1천명 이상 늘었다. 시내버스는 3만1천여명, 지하철은 1만여명 증가했다.
차량 운행도 최근 들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로도로인 북구 국우터널과 수성구·동구 범안로의 하루 이용 차량은 크게 줄었다. 국우터널 경우 지난달 하루 평균 통과 차량은 4만7천811대로 지난해 평균인 4만9천524대보다 1천700여대 감소했다. 한달 전인 지난해 12월 4만8천482대에 비해서도 671대가 줄었다. 범안로도 지난달 하루 평균 1만8천268대로 지난해 12월에 비해 654대, 지난 한 해 평균보다 1천24대가 적었다.
유가 상승으로 자가 운전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23일 현재 대구의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천524.89원으로 1월 1일(1천287.27원)보다 237.62원이 뛰었다. 승용차 유지비를 감당 못한 서민들의 생계형 폐차도 늘어나 한국폐차업협회 대경지부에 따르면 1월 한달 동안 대구에서 폐차한 승용차(비사업용)는 1천930대로 두달 전인 지난해 11월의 1천328대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