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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타선의 힘' 젊은 타자들 거듭난다

▲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 훈련 중인 삼성 라이온즈의 박석민(왼쪽)과 최형우가 타격 연습에 땀을 흘리고 있다. 채정민기자
▲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 훈련 중인 삼성 라이온즈의 박석민(왼쪽)과 최형우가 타격 연습에 땀을 흘리고 있다. 채정민기자

"한국에 언제 가요? 저 녀석도 좀 데려가요. 집에 가고 싶대." 삼성 라이온즈 한대화 수석코치가 토스 배팅 중 농을 던진다. 한 코치의 공을 받아치던 박석민(23)은 멋쩍게 웃으며 짧게 깎은 머리를 긁적였다. 일본 오키나와의 따가운 태양 아래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어지는 강훈련이 버겁긴 버거운 모양이다. 동글동글하던 박석민의 얼굴에 턱선(?)이 뚜렷이 보인다.

뒤이어 점심을 챙겨먹고 방망이를 챙겨 나오던 최형우(25)도 한 코치의 레이더망을 피하지 못했다. 최형우에게 공을 토스해주던 한 코치는 또 한마디 한다. "너나 저 녀석(박석민)은 다른 사람이 보면 열심히 하는 척 하냐. 카메라만 들이대면 갑자기 땀을 뻘뻘 흘린다니까. 평소에도 그렇게 하면 좀 좋냐." 최형우는 말없이 웃을 뿐이다.

지난해 중심 타선의 공백을 충실히 메운 박석민과 최형우는 올 시즌에도 클린업 트리오의 두 축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인 채태인(26)과 2002년 데뷔 첫 해에 뛰어난 활약을 보인 뒤 침체에 빠진 조동찬(25)까지 기대만큼 해준다면 이들 넷을 앞세운 삼성 타선은 올 시즌 어느 팀 부럽지 않은 폭발력을 지니게 된다.

젊은 타자들이 삼성 타선의 주축으로 올라서면서 스프링 캠프 분위기도 젊음의 활기가 넘친다. 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코칭스태프의 얼굴도 밝다. 특히 한 코치는 장난기 섞인 시비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 훈련 일정만으로 짜여진 23일 역시 마찬가지. 한데 한 코치가 잠잠해지나 싶더니 이번엔 신명철에게 공을 던져주던 선동열 감독이 나선다.

선 감독은 박석민에게 내기한 것을 상기시킨다. "어이, 이번에 얼마나 한댔지?" 박석민은 "3할, 90타점, 20홈런이요'라고 답한다. 선 감독이 "좋다. 500만원 주마. 대신 안 되면 네가 나한테 250만원 줘."라고 하자 "그렇게 많이요?"라고 불만을 토해내는 박석민. 선 감독이 응수한다. "야, 그래야 나도 남는 게 있지."

옆에 있던 최형우와 조동찬에게도 불똥이 튄다. "너희들도 (내기)해야지?" 최형우의 대답은 '3할, 90타점, 25홈런', 조동찬은 수줍게 '30도루'라고 밝힌다. "홈런이 그 정도만 돼도 괜찮지. 동찬이는 30도루라고? 그렇게 되려면 많이 살아나가야 되는데…. 좋아, 500만원씩 건다." 웃음을 짓던 선 감독은 시원스레 내기에 응하기로 했다.

박석민은 지난해 타율 0.279, 14홈런, 64타점의 성적을 거두었고 최형우는 0.276, 19홈런, 71타점을 기록했다. 현재 추세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내기다. 이들이 확실한 중심 타선을 구축하고 채태인이 하위 타선에 힘을 실어주면 공격력은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다. 빠른 발과 뛰어난 힘을 지녔지만 지난해 타율 0.225, 8도루에 그쳤던 조동찬이 힘을 내면 테이블세터 걱정도 덜게 된다. 이들의 손에 삼성 타선의 성패가 달렸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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