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입자-집주인 '월세 소득공제' 마찰

"세금 환급 받으려다 방 빼라고 하면 어떡하죠?"

보증금 500만원, 월세 35만원짜리 대구 대명동 원룸에 살고 있는 회사원 박인경(29·여)씨는 며칠전 기분이 잔뜩 상했다. 이달부터 월세도 소득공제 대상이 된다는 소식에 집주인에게 '월세 영수증'을 끊어달라고 했다가 ' 월세 3만원을 더 내라'며 면박을 당한 것. 박씨는 "결국 방문고리와 방범창을 새 것으로 교체해주는 대신 월세 영수증은 없던 얘기로 타협을 봤다"고 했다.

이달부터 주택 월세 소득공제가 가능해지면서 집주인과 세입자들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월세 소득공제 제도'는 주택임대사업자에게 매월 지급하는 주택 임차료(월세)를 국세청에 신고하면 현금영수증을 발급,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세입자 경우 임대차 계약서와 통장 등 현금 거래 내역 자료를 국세청에 신고하면 된다. 하지만 집주인들은 임대소득이 드러난다는 이유로 '월세 현금영수증' 떼주기를 꺼리고 있다.

직장인 서주용(33·대구 월성동)씨는 며칠전 집주인으로부터 매월 통장 계좌 이체로 보내주던 월세를 현금으로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서씨는 "통장 거래 내역서만 있어도 국세청에 월세 소득공제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월세 영수증을 발급해주지 않으려는 속셈"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월세 소득공제 제도에 따르면 1주택 소유자는 기준시가가 9억원을 넘지 않으면 임대 소득이 과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월세 영수증을 세입자에게 발급해줘도 금전적 손해가 없다. 빌라 건물 경우 임대소득 신고 대상이지만 3층 주택에 집주인이 살면서 1,2층에 월세를 줄 경우 집 값이 기준시가 9억원을 초과하지 않으면 과세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모르는 1주택 집주인들마저 월세 영수증을 발급하면 세금을 내야하는 것으로 오해해 세입자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강모(51·대구 삼덕동)씨는 "월세도 소득 공제 대상이 된다는 소식에 무턱대고 불안해하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 홈페이지를 방문해 일정한 양식을 갖춰 신청하거나 임대인 허락 여부와 관계없이 국세청에 임대차 계약서와 현금거래 확인 신청서만 내면 소득공제가 가능하다"며 "세입자들이 집주인과 현금 영수증 등으로 마찰을 빚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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