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죽음의 중지'는 죽음 없는 미래를 통해 삶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다. 새해 아침부터 아무도 죽지 않게 됐다. 평소 같으면 사고나 질병으로 사람들이 죽지만, 새해부터 단 한 사람도 죽지 않는다. 치명적인 사고를 당해도, 불치병에 걸려도 그 상태로 멈출 뿐 죽지 않는다. 죽지 않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기쁨에 휩싸인다. 국민들은 영원한 삶이 주어진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환호한다.
그러나 죽음이 사라진 기쁨은 잠시, 곧 혼란이 이어진다. 급증하는 노인들과 양로원, 연금 부족…. 장례업체, 양로원, 병원 관계자들은 이상 현상에 대해 정부의 조치를 요구한다. 넘치는 환자들로 병원은 아수라장이 되고, 양로원도 늘어나는 인원 때문에 고민한다. 사람들은 부활을 약속했던 종교에 대해 무관심해지고 신에 대한 부정을 서슴지 않는다.
마침내 죽음 직전의 가족을 둔 사람들은 가족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죽이는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작가 특유의 아이러니컬한 내레이션과 메타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어떤 면에서 우화 같은 느낌을 준다. 어쩌면 작가가 소설에서 상정한 이곳은 카프카, 고골, 보르헤스의 영토이기도 하다. 환상과 모호함 속에 실존이 빛난다. 282쪽, 1만2천500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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