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 데일리 라이프(Fashion & Daily Life)'(경북대학교 출판사, 2009)
최근 아시아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패션 외교가 장안의 화제입니다. 첫 순방국인 일본에서는 신뢰와 지성을 상징하는 파랑 재킷을 입었습니다. 동맹국 일본에 대한 안정된 믿음의 표시였다고 합니다. 한국 방문 때는 강렬하고 열정적인 붉은 옷을 입었습니다. 북핵 문제를 포함하여 한반도 정책에 대한 적극성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중국에서는 검은색 정장을 선택했습니다. 최대의 경쟁 파트너에 대한 예의이자 신중함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칠면조의 벼슬처럼 다양한 색깔을 통해 외교적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입니다.
그러나 클린턴 장관의 패션 외교를 색깔만으로 한정시켜 보아서는 안 됩니다. 그녀의 옷, 머리 스타일, 화장, 액세서리는 현재 미국의 기술 수준, 경제 수준이자 문화 수준입니다. 옷 색깔과 봉제 방법, 짧은 머리, 바지 정장 등은 각각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냥 훑고 지나치면 재미가 덜합니다. 소재는 무엇이고 색깔은 어떤 심리적 상태를 표현하는지, 바지 정장은 여성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꼼꼼히 살피면 다양한 재밋거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홉 분의 패션 전공 학자가 공동 저술한 '패션 & 데일리 라이프(Fashion & Daily Life)'(경북대학교 출판사, 2009)를 펴놓고 함께 맞추어 보신다면 구석구석에서 "아~"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될 것입니다.
책의 서두를 보면 '패션은 인간이 자신의 개성을 외부로 표현하기 위해 행해지는 기본 욕구 중의 하나로 인간 삶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으며, 당대의 사회적·문화적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예들도 재미있습니다. 1970년대 장발과 미니 스커트의 길이를 단속하던 이야기도 있습니다. 또한 이들 학자들이 가지고 있는 패션에 대한 강한 자부심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외모지상주의 내지는 외모차별주의를 비판하는 사회적 여론을 재검증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왜곡된 외모지상주의가 문제이긴 하지만, 사실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라 할 수 있는 외모가 타인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그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아름답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장의 근거로 외모의 심리적 효과와 사회적 기능, 이상적 외모에 대한 시대적 변화 양상, 외모 콤플렉스, 그리고 외모 관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 내용을 보면, 손금이나 사주를 통해 사람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처럼 패션도 사람의 심리나 처한 상황을 알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옷 색깔이 가지는 젠더 정체성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이론을 적용하면 클린턴 장관의 패션 외교 이면에 존재하는 클린턴의 심리 상태를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젠더 불균형과 젠더 관념의 변화 상황에서 나타나는 강한 여성상으로서의 알파걸 지향이 그것입니다. 패션이 사회적 진화와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패션학계에서 연구되고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여 고려되는 디자인 요건이며, 로하스 디자인은 환경을 생각하는 그린 디자인을 지향하며, 유비쿼터스 디자인은 디지털 시대에 편리한 생활을 도모하고자 하는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더불어 패션은 첨단 과학의 결정체라고 합니다. 의복을 구성하는 섬유 및 실과 피륙의 특성뿐만 아니라 차세대 섬유로 각광받고 있는 스마트 섬유, 인텔리전트 섬유 등의 기능성 신소재에 관한 정보도 다루고 있습니다. 또 친절하게도 세제와 세탁의 원리, 품질 표시와 세탁관리표시, 취급상의 주의표시 등에 관한 정보는 올바른 의복 관리방법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패션 & 데일리 라이프'는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션 잡지가 아닙니다. 일반 생활인들을 위한 학자들의 정성이라고 감히 추천합니다. 책을 보면 패션을 왜 인류 문명의 정화이고 가장 세련된 형태의 언어라고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보이는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노동일(경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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