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줄로 읽는 한권]무언가를 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

젊은 시절 온갖 어려움을 겪었던 미구엘 테 세르반테스는 그 어려움 속에서 돈키호테라는 인물을 구상했다. 그리고 쉬지 않고 글을 썼다. 드디어 그의 나이 쉰여덟 살이 되던 1605년 자신의 최고 걸작 《라만차의 현명한 귀족 돈키호테》를 출간했다. 이 장대한 이야기는 그의 이름을 후세에 남기는 계기가 되었다."-유토피아에 빠져 사는 이상주의자 중에서-

『50세, 빛나는 삶을 살다』에릭 뒤당 지음·이세진 옮김/에코의서재 펴냄/255쪽/1만2천500원

"장준하는 남들이 안일을 택할 때 분연히 일어나 앞장서서 고난을 마다하지 않았고, 행동이 필요할 때는 몸을 던졌으며 붓이 요구될 때는 붓을 들었다. 수많은 조선 청년들이 일본군에 입대해 '충용한 황군'이 되었을 때 장준하는 조선을 탈출하여 중경 임시정부를 찾아가……"-사상계와 장준하 중에서-

『위대한 아웃사이더』김삼웅 지음 /사람과사람 펴냄/293쪽/1만원

열다섯에 배움의 뜻을 세우고 오십에 하늘이 명하신 사명을 알았다 했던가? 에릭 뒤당은 50세 이후에 인생의 전성기를 살다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그 역시 쉰네살에 자신이 쓴 첫번째 책에서 풀어내고 있다. 그의 말처럼 너무 많은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껐다는 이유만으로 해마다 세상으로부터 밀려나고 있는 사람들은 TV 광고처럼 보험만으로 행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저 하늘에 찬연히 빛나는 별들이 나이를 세지 않듯이 삶의 가치 또한 세월에 관계하지 않는다. 젊은(?) 날, 가슴을 찌르던 비수 같은 사랑의 운명이 어찌 늙은(?) 날에는 없으랴! 정말 무언가를 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 어쩌면 성숙함이란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일지 모른다. 그 힘의 또 다른 이름에 아웃사이더가 존재한다. 저자 김삼웅은 비록 고독하지만 오로지 진실 하나만을 부여잡고 주류에 항거하고 비판한 아웃사이더들의 위대함이 있었기에 세상은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노라고 말한다. 부당하고 부정한 권력 앞에 당당했던 이들은 여전히 역사의 주류에서 밀려나 소외되고 잊혀져 가고 있지만 그들의 시대정신이야말로 세상을 일깨운 외침이었다는 저자의 말은 타락한 지식인의 군상이 판을 치는 오늘, 오히려 더 절절하다. 두 책은 빠르고 가벼운 세상에 대해 분노하지는 않는다. 다만 더디고 진중한 세상도 가치가 있음을 말한다. 아니 어쩌면 그것에 세상의 깊이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사를 하고 한달 남짓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면서 출퇴근을 하면서 비로소 작은 행복 같은 것을 느끼고 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와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왜 진즉 가지지 못했나 싶다. 이런저런 이유로 좋은 차를 타면서 더 빨리 세상과 타협한 것은 아니었는지 부끄러웠다. 낯설지 않은 이웃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공간을 보면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세상을 떠나신 김수환 추기경께서 왜 그토록 낮은 곳을 향하셨는지, 알 것 같았다. 불편하지 않은 노약자를 위한 자리가 이제 눈에 익숙해지고 있다.

전태흥(여행작가·㈜미래티엔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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