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2년째 공무원시험을 준비중인 김모(26·여·서구 평리동)씨는 한동안 기업체 취직을 고민하다 생각을 접었다. 상경계열 졸업자인 김씨는 연거푸 공무원시험에 낙방하자 최근 교내 취업정보센터나 취업설명회를 다니며 구직 정보를 살폈다. 그는 "대기업은 아예 채용계획이 없고 중소기업은 연봉이 2천만원 안팎이어서 원서 낼 곳이 없었다"며 "경쟁률이 치열하지만 공무원시험에 집중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올 초 대학원에 진학한 권모(31·대구 산격동)씨는 졸업 전 지역의 한 중소기업으로부터 채용 확답까지 받았지만 거절했다. 권씨는 "연봉 2천800만원 보장을 약속했지만 중소기업이어서 결국 취업을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도 대졸 취업준비생들의 눈높이는 여전히 고공비행이다. 웬만큼 인지도가 높은 대기업 사무직이 아니면 교내 취업 설명회장은 텅 비기 예사고, 건실한 중소기업이라도 연봉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찬밥' 신세다.
지역의 한 4년제 대학 상경계열 학과의 경우 최근 10여개 중소기업으로부터 '지원서류만 제출하면 합격을 보장한다'며 원서를 전달했지만 여학생 2명만 지원하는데 그쳤다. 또 다른 지역의 한 중견 기업도 20장의 추천서를 이 대학에 보냈지만 11명만 받아갔다. 업체 관계자는 "나름대로 좋은 연봉에 발전 가능성이 많은 회사인데도 지원자들이 회사 이름만 보고 발걸음을 돌렸다"고 말했다.
식품 제조·판매 관련 계열사를 4개나 거느린 한 기업은 지난해 11월 지역 한 대학에서 취업설명회를 열었지만 50여명의 학생들만 찾는 수모(?)를 당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서울에서는 100대 1이 넘을 정도로 지원경쟁이 치열했으나 지방에서는 왜 이런지 모르겠다"며 "수도권 지원자들은 우리 회사 재무제표까지 분석할 정도인 반면 지방 학생들은 취업이 어렵다고만 할 뿐 구직 눈높이는 낮추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에 따라 취업설명회장 풍경도 판이한 양상이다. 경북대의 경우 지난해 9월 말 중소기업 채용설명회에는 고작 10여명이 찾았지만, 이튿날 대기업 채용설명회에는 600여명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뤄 극심한 대조를 보였다. 학교 관계자는 "발전 가능성이 큰 지역 중소기업들이 앞으로 지역대학 졸업자의 채용을 외면할까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취업·고용관련 기관 측은 청년 구직자들이 구인 기업에 대한 비전 등 장기적 안목을 토대로 합리적인 눈높이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구고용안정지원센터 관계자는 "연봉이나 인지도로만 일자리를 평가할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이 주력업종에서, 또 해당 지역에서 어느 정도 위치인지, 장래 발전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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